[OSEN=백종인 객원기자] 메탈리카의 명곡이 울려퍼진다. 'Enter Sandman'이다. 그가 등장하면 모두 잠든다. 그런 의미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다들 일어선다. 원정 팀 마무리를 향해 갈채가 쏟아진다.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의 은퇴 투어 때다.
미니애폴리스 타겟 필드였다. 트윈스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이상하게 생긴 흔들의자다. 온통 부러진 배트로 만들어졌다. 등받이, 팔걸이, 다리마저 모두 그랬다. 공포의 커터에 박살 난 방망이들이다.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산산이 조각난 꿈의 의자.’
그걸 또 세본 기자도 있다. 어느 시즌엔가 43자루를 부러트렸다. 어떤 타자는 한 타석에 3개나 박살 난 적도 있었다. 치퍼 존스는 그 공을 전자톱의 ‘톱날(buzz-saw)’이라고 불렀다.
각 팀마다 리베라에게 특별한 기념품을 선사했다. 낚시대, 초상화, 선발 투수 때 기록지, 서핑 보드 등등. 그 중 최고는 단연 미네소타에서 받은 아이템이었다. “트윈스의 선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훗날 당사자의 회고다.
이듬 해는 레드삭스의 레전드가 은퇴 투어를 돌았다. 데이비드 오티스다. 오리올스의 기념품이 화제였다. 그들이 준비한 건 인터폰이다. 물론 멀쩡할 리 없다. 역시 박살 난 것이다.
몇 년 전 볼티모어 원정 때였다. 심판 판정에 불만이 폭발했다. 덕아웃에서 닥치는 대로 때려부순다. 표적은 벽에 걸린 전화기다. 불펜과 연결된 인터폰이 애꿎은 희생양이었다. 그들의 선물은 이걸 복원한 것이다.
올스타전부터 시작된 빅보이의 투어
빅 보이의 은퇴 투어가 시작됐다. 올스타전 클리닝 타임이 첫번째였다. KBO는 일러스트와 사직구장의 흙, 1루 베이스가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그리고 각 팀별로도 이어진다. 28일 잠실 두산전이 스타트다. 벌써 선물의 정체가 공개됐다. 이천 달 항아리다. 그의 좌우명이 적혔다.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의미 있고, 뜻 깊은 기념품이다.
(롯데 빼고) 8개 팀이 남았다. 선물의 정체는 특급 기밀이다. 철저한 보안 속에 준비 중이리라. 기대가 된다. 그를 기리면서도, 반짝이고, 재치 넘치는 것들로 무엇이 등장할까. 쓸데없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 참치마요(치킨마요) = 지난 5월이다. 대전 구장에 등장했다. 여성 팬의 동그란 눈이 화면에 클로즈업된다. 그가 든 스케치북에 이런 문구가 쓰였다. "대한민국 3대 마요. 참치마요, 치킨마요, 이대호 선수 은퇴하지 마요."
▶ 두루마기와 배트 = 그를 부르는 오래된 호칭이 있다. ‘조선의 4번 타자’다. 영화 'YMCA야구단'의 송강호가 모델이다. 일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린 주인공이다. 그만큼 투어 주인공의 국대 성적이 어마어마하다. 총 41경기에 출전해 133타수 43안타 타율 0.323, 7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100타석 이상 중 OPS 1위, 타점 1위, 홈런 2위다.
▶치킨 한 박스 = 2018시즌 초반 7연패에 빠졌다. 다이노스전을 마치고 퇴근길이다. 한 팬이 던진 물건이 그의 등에 명중했다. 돌아본 그는 물끄러미 용의자를 바라본다. “많은 팬들이 보고 있었다. 내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내가 그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 등에 맞고 떨어진 것, 치킨 한 박스였다. 이른바 ‘치킨 테러’로 불린 사건이다.
▶ 트로피 7개 = KBO리그 첫 위업이다.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대기록이다. 2010년 홈런(44개), 안타(174개), 타율(0.364), 타점(133개), 득점(99개), 출루율(0.444), 장타율(0.667)을 석권했다.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이다.
▶ 에어컨 = 역시 7관왕 시절 얘기다. 또 하나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9경기 연속 홈런이다. MLB에서도 아직 깨지 못했다. 피해자는 KIA 김희걸이다. 이 공을 주운 관중은 구단의 협상을 거절했다. 당시 롯데의 제시는 에어컨이었다.
▶ 대종상 트로피 = 평생의 자랑이 있다. 천만배우라는 자부심이다. 영화 '해운대'에 출연, 설경구와 유명한 컷을 남겼다. 진짜 배우 이성재 앞에서도 자랑이다(SBS 꽃놀이패). 싸늘한 톤의 연기를 재현한다.
좋은 일로만 채우면 재미없다. 가끔은 촌철살인도 필요하다. 잊고 싶은 기억도 추억의 한 파편이다. 데이비드 오티스의 인터폰처럼 말이다.
▶체중계 = 프로필 몸무게는 130㎏으로 돼 있다. 때문에 이름은 특이하게 표시되기도 한다. 물론 놀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시라. 내야 안타는 언감생심이다. 그런 체급이 타격왕을 3번이나 했다. 통산 타율이 3할(0.309)을 넘긴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 법카 = 용감한 팀은 시도해 보시라. 법인카드 선물이다.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겠나. 다들 잘 아시리라. 당시는 법카가 아닌 현금이 사용됐다. 직불카드도 괜찮겠다. 물론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다.
▶ 칠판과 지시봉 = 연관 검색어 중 ‘꼰X’가 있다. 2017년의 일이다. 오재원이 베이스를 밟으면 될 일이다. 그걸 굳이 태그해서 아웃시켰다. 모양 빠진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언짢은 1-9 패배의 뒷끝이었다. 따로 불러 뭔가를 따진다. ‘훈계 논란’으로 회자됐다. 이튿날 둘이 어색한 포옹샷을 찍었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