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적이 일어날까. 올해도 날씨가 서늘해지면 특유의 가을 DNA가 나오긴 하는 것일까.
두산 베어스의 후반기 출발이 좋지 못하다. NC와의 전반기 최종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후반기 첫 시리즈부터 ‘절대 1강’ SSG를 만나 우천 취소 하루를 제외하고 2경기를 모두 내줬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KIA와의 승차는 어느덧 8.5경기까지 벌어진 상황. KIA는 24일 23-0 대승을 비롯해 롯데 3연전을 스윕으로 장식했다.
2경기 모두 아쉬운 석패였다. 22일 막강 SSG 타선을 11회까지 노히트로 꽁꽁 묶었지만 타선 침묵과 함께 12회 마운드가 와르르 무너지며 0-1로 무릎을 꿇었다. 23일에는 1회 김재환, 박세혁의 투런포로 먼저 4점을 뽑고도 5점을 내줘 4-5 역전패를 당했다. SSG가 자랑하는 김광현-윌머 폰트 원투펀치를 상대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던 게 사실이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을 만들었기에 2연패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시즌을 86경기 치른 두산의 성적은 36승 2무 48패(승률 .429). 6위 롯데에 1.5경기 뒤진, 8위 삼성에 2경기 앞선 7위다. 승패 마진은 –12. 작년 동일 시기와 비교해 가을야구로 향하는 길이 더욱 험난해졌다. 지난해에도 86경기서 올해와 마찬가지로 7위에 위치했으나 40승 1무 45패 승률 .471로, 승패 마진이 –5에 불과했고, 5위 NC와의 승차도 3.5경기였다.
두산은 지난해 9월 시작과 함께 4연패 수렁에 빠지며 43승 2무 51패 8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6연승으로 반등의 신호탄을 쏘더니 9월 이후 29승 6무 18패 승률 .617의 무서운 반전쇼를 선보이며 71승 8무 65패 승률 .522 4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그야말로 미라클 두산이었다.
승률 5할은 곧 포스트시즌 진출을 의미한다. 물론 최근 3년간 순위표를 보면 6위까지 승률 5할을 달성했지만 2020년(5위 키움-6위 KIA 승차 7.5경기)을 제외하고 모두 5위와 격차가 근소했다. 다시 말해 시즌 끝까지 가을야구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이야기다. 올해 순위는 5위 KIA까지 5할 승률 이상을 기록 중인 상황.
앞으로 58경기가 남은 두산이 승률 5할로 시즌을 마치기 위해선 무승부가 없다는 가정 아래 35승 23패 승률 .603를 기록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정확히 71승 2무 71패가 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라클이 필요하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SSG를 만나 2패를 당했으나 그래도 희망 요소는 남아 있다. 일단 아리엘 미란다를 대신할 새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이 오는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2군에서는 김인태, 강진성, 장원준, 이승진, 임창민 등 1군 즉시 전력감들이 감각을 가다듬고 있다. 그 중 김인태가 가장 먼저 1군에 올라올 예정. 정수빈의 부진과 주전 우익수 부재로 고민 중인 외야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사령탑 또한 미라클을 위해 남은 경기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김태형 감독은 “현재 순위가 많이 처져 있고, 지금 거둔 승수를 보면 상황이 버겁기는 하다. 다른 팀들도 후반기 반전을 위해 외국인선수를 교체하는 등 베스트 전력을 꾸리고 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붙어봐야 한다. 한 번 가는 데까지 가보겠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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