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떨리긴 하더라구요.”
지난 22일 사직 KIA-롯데전,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양 팀에서 두 사람이 주목을 받았다. KIA 진갑용(48) 수석코치, 그리고 진갑용 수석코치의 아들, 롯데 신인 진승현(19)이었다.
진승현이 전반기 막판 1군에 콜업이 되면서 진갑용 코치와의 만남이 과연 언제 성사가 될지 관심이 모아졌는데 후반기 첫 번째 시리즈부터 아들과 아버지가 만났다. 그리고 22일 진승현이 아버지 앞에서 마운드에 올라왔다. 2-4로 끌려가던 7회초 선발 찰리 반즈에 이어 등판한 진승현은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아버지 앞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3루 덕아웃에서 아들의 피칭을 지켜본 아버지는 “영상으로 보던 것과 달리 별로긴 별로였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진승현이 마운드에 올라와 공을 던지자 진갑용 코치의 껌 씹는 속도는 빨라지는 게 중계방송 화면에 포착됐다.
이에 대해 진 코치는 “와, 떨리긴 떨리더라구요”라고 머쓱하게 속내를 전했다. 냉철해 보였던 아버지도 영락없는 ‘아들 바보’의 아버지였다.
그래도 그는 “감독님과 농담처럼 ‘우리 팀이 이기고 승현이도 잘 던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는데 그대로 이뤄졌다”라고 웃었다.
진승현은 “아버지 앞에서 던지는 게 색다른 기분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닝을 마치고 아버지 쪽을 봤는데 딴청을 부리고 계시더라”라면서 “경기 끝나고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었는데, 내 공을 보고 ‘별로’라고 하시더라”라고 웃었다.
한국시리즈 7회 우승의 레전드 포수와 투수 유망주 아들의 관계지만 캐치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진승현과 진갑용 코치 모두 “고교 때 연습경기 이후 아버지 앞에서 던진 건 처음이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만난 아버지와 아들 모두 설레고 색다른 경험인 게 분명한 듯 하다. 22~23일, 맞대결 내내 진승현은 팀 훈련이 끝난 뒤 KIA 훈련 시간 내내 아버지 진갑용 코치를 찾아 다녔고 껌딱지처럼 붙어다녔다. 진 코치도 싫지는 않은 듯한 눈치였다. 진갑용, 진승현 부자의 이번 3연전은 모두에게 특별하게 남을 듯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