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 영웅 등장의 스토리는 준비가 됐다.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 선수 잭 렉스(29)가 KBO리그 출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퇴출된 DJ 피터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렉스는 지난 21일 입국해 22일, 비자 발급 절차를 마무리 하고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단에 합류, 훈련을 시작했다. 시차적응도 덜 됐을 법 한데, 가벼운 몸놀림과 웃는 모습으로 타격과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김평호 코치와는 벌써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친화력을 과시하고 배우겠다는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188cm, 86kg으로 우투좌타 외야수인 렉스는 2017년 LA 다저스의 지명을 받아서 지난 202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 성적은 22경기 타율 2할5리(44타수 9안타) OPS .432를 기록했다. 홈런은 없었다. 하지만 트리플A 성적이 롯데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트리플A 통산 타율 2할9푼(773타수 224안타) 44홈런 159타점 출루율 .388 장타율 .537 OPS .925의 수준급 생산력을 기록했다. 올해도 타율 3할3푼1리 6홈런 21타점 출루율 .421, 장타율 .579, OPS 1.000의 뛰어난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일단 서튼 감독은 "빠르면 24일 일요일 경기부터 나설 수 있을 것이고, 26일 화요일 경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출장할 것"이라고 렉스의 데뷔 시점을 설명했다. 렉스는 첫 훈련부터 라인드라이브로 '사직몬스터'를 넘기는 파워를 선보였다. 구단 내부에서도 "일단 경기 들어가봐야 한다. 그래도 볼넷과 삼진 비율이 비교적 좋고 출루율도 높은 선수"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렉스가 합류하고 치른 후반기 첫 2경기에서 롯데는 KIA에 모두 완패를 했다. 마운드도 마운드지만 타선에서 확실하게 방점을 찍어주지 못했다. 득점력이 아쉬운 상황에서 렉스라는 난세의 영웅, 구세주가 등장하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23일 훈련이 끝나고 만난 렉스는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되긴 했는데 그래도 배팅훈련을 하다 보니까 피가 도는 느낌이 든다.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고 내일 정도면 투입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렉스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롯데가 어떤 팀인지 많이 들었고 롯데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알고 있고 여자친구의 오빠도 한국사람이다. 그래서 흥미가 생겨서 한국 무대를 밟게 됐다"라며 롯데에 대한 인상, 한국행의 배경을 밝혔다.
"타격이 강점이고 선구안도 좋은 편이다. 또 수비도 자신있다"라고 말하는 렉스다. 자신감과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분명 미국과 한국의 야구 스타일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경기와 하이라이트 영상 모두 챙겨봤다. 확실히 흥미로운 리그였다. 같은 야구를 하고 있지만 분명 미국과 한국 야구는 확실히 다르다"라며 "이제 그 차이를 알아가면서 헤쳐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도 래리 서튼 감독, 라이언 롱 코치 등 외국인 코치들과 함께한다는 점은 적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다. 그는 "감독님은 첫 번째로 일단 숨을 좀 고르자고 했다. 그리고 천천히 적응을 해 나가면 충분히 잘 할 수 있고 조바심 내지 말고 우리의 프로세스대로 천천히 나아가자는 말을 해줬다"라면서 "항상 배우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팀원들의 조언도 잘 경청하고 코치들과 논의를 하면서 개선해야 할 점을 많이 물어보는 스타일이다. 그게 장점이면서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웃었다.
공교롭게도 LA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시스템에서 함께 성장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절친' 피터스의 대체 선수로 합류하게 됐다. 운명의 장난과도 같다. 그는 "피터스와는 매우 친하다. 내가 프로 2년차 때 피터스를 만나게 돼서 친구가 됐다. 내가 야구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서 늦게 만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면서 "그래도 잘 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조만간 다른 팀을 찾아서 바로 경기를 뛸 것 같다"라고 친구의 앞날을 응원했다.
목표는 다르지 않다. 렉스는 우승을 하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 그는 "즐겁게 야구를 하면서 팀에 기여해서 항상 승리해 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이고 우승을 한 번 해보고 싶다"라면서 "그 다음에 고향에 돌아갔을 때 친구들에게 할 얘기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동료들도 나중에 많은 얘기들을 꺼낼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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