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선수까지 오면 어떨까요?”
현재 KIA 타이거즈 선발진 5명 중 4명이 좌완 투수다. 외국인 듀오 토마스 파노니, 션 놀린, 그리고 토종 에이스 양현종과 이의리가 선발진을 담당하고 있다. 선발진의 유일한 우완 투수는 임기영이다. 때로는 한승혁도 들어갈 수 있다. 좌완 투수 기근으로 불펜에서도 좌완 라인을 구축할 수 없는 팀도 더러 있다. 하지만 KIA는 좌완 투수로만 선발진을 꾸릴 수 있는 ‘풍족한 구단’이다.
대들보 양현종이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KIA는 ‘리틀 양현종’들을 매년 수집해오고 있다. 2021년 1차 지명으로는 이의리를 선택했다. 모두 광주 출신의 좌완 기대주인 이들의 잠재력은 ’리틀 양현종’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 이의리는 실제로 지난해 신인왕을 수상했고 도쿄올림픽 국가대표까지 발탁되면서 ‘로열 로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고 난 뒤 양현종이 돌아왔고 원조 양현종에 양현종의 발자취를 따르는 이들까지 한데 모이고 있다. 2022년 드래프트에서는 1차 지명으로 내야수 김도영을 지명했지만 2차 1라운드에서 역시 강릉고 출신 좌완 최지민을 지명하는 등 좌완 투수 수집에 열을 올렸다.
현재 외국인 선수들까지 합세해서 좌완 왕국이 형성되고 있는데, 잠시 잊혀졌던 선수가 있다. 2019년 1차 지명 투수 김기훈(22)이다. 이의리에 앞서서 ‘양현종 후계자’의 얘기를 들었던 좌완 기대주였다. 현재는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를 하고 있다. 프로 입단 이후 2년 간 41경기 3승10패 1홀드 평균자책점 5.48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데뷔 후 2년 간은 제구가 들쑥날쑥했고 150km의 빠른공도 밸런스가 흔들리며 오락가락했다. 첫 2년 간 1군 무대에서는 기복이 컸다.
2021년 상무에 입대한 김기훈은 착실하게 선발 수업을 받으며 KIA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 11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1.88(62⅓이닝 13자책점), 68탈삼진, 19볼넷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상무에서 착실하게 담금질 하면서 성장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5일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남부 올스타 선발로 등판해 3이닝 4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앞으로의 기대감을 높였다. 최고 149km의 패스트볼을 뿌리면서 슬라이더(12개), 체인지업(4개), 커브(1개)를 구사했다.
지난 23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김종국 감독은 좌완 선발 4인에 대해 언급하면서 “4명을 붙여서 던지게 할 수도 있고, 중간에 건너뛸 수도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내년에 김기훈 선수까지 오면 어떻게 될까요?”라고 취재진을 향해 되물으며 좌완 왕국, 그리고 돌아올 김기훈에 대한 기대감을 은연 중에 내비쳤다.
김 감독은 “퓨처스 올스타 때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감도 많이 좋아진 것 같고 군 제대 하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선수다.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라면서 “예상하기는 이르지만 선발 후보군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선발로 계속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향후 전망을 내놓았다.
일단 김기훈은 오는 9월 21일 전역한다. 전역 이후 1군 등록 여부에 대해 김 감독은 “아직은 먼 미래다.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래도 김기훈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은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양현종과 아이들’의 집결이 머지 않았다. 좌완 왕국 KIA의 꿈도 영글어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