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기 딱 좋다, 그런 사구(死球)가 있더라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7.24 10: 06

[OSEN=백종인 객원기자] 오늘 얘기는 사소하다. 별로 주목받지 못한, 희미한 공 하나에 대한 기억이다.
어제( 23일) 고척에서 열린 라이온즈전 때다. 승부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6-0 완승 분위기다. 홈 팀의 8회 2사 3루였다. 1번 김준완 타석이다. 2구째 145㎞짜리가 안쪽을 파고든다. 허벅지 뒤에 꽂혔다. 사구(死球), 예전 말로 데드볼이다.
31세 김준완은 별 내색 없다. 투수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쓰러진 뒤 힐끗, 눈길 한번이 전부다. 25세 투수도 쿨하다. 최충연은 1루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 숙인다. 양쪽 벤치도, 선수단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사실 고의성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8회 오른쪽 다리에 투구를 맞고 쓰러지는 김준완. SBS TV 중계화면
그러나 정황을 모아보면 다르다. 오해하기 딱 좋다. 0.1%의 고의성? 그런 합리적 의심이 들 수 있다.
▶ 이미 승부는 기울었다. 사실상 홈 팀의 마지막 공격이다.
▶ 타겟도 그렇다. 본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적당한 저격 대상이다. 이정후 급은 곤란하다. 웬만한 주전급이 보통이다. (마침 투포수가 모두 교체된 뒤다.)
▶ 2개가 모두 직구였다. 초구(146㎞)는 약간 먼 쪽이다. 피해자 입장이라면 악의적 해석도 가능하다. 타자를 안심시킨 뒤, 2구째 결행한다. 흔히 쓰는 방법이다.
▶어쩌면 김준완도 느꼈을 지 모른다. ‘이번에 하나 올 것 같다.’ 불길한 예감은 본능적이다. 타석 위치도 평소보다 조금 멀찍이 섰다. 저 위치까지 간 패스트볼은 일반적이지 않다.
▶ 원정 팀은 긴 연패 중이다. 게다가 상대 전적(이날까지 10승 1패)도 최악이다. 억하심정이 생길 법하다.
23일 고척 경기서 최충연이 김준완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후 사과하고 있다. 2022.07.23 / soul1014@osen.co.kr
그리고 결정적인 한 가지. 전날(22일) 벌어진 일이다. 보크 항의→퇴장 사건이다. 이날까지 여파가 있었다. 허삼영 감독은 분이 풀리지 않았다. 경기 전 브리핑에서 그 얘기를 또다시 꺼낸다. 명백한 보크였고, 평소에도 계속 그랬다는 주장이다.
물론 오해였으리라. 손에서 빠지는 바람에 그렇게 됐으리라. 그렇 게 믿고 싶다. 연패라고, 상대 전적이 일방적이라고, 얄팍한 속임 동작이라 해도. 그런 분풀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  #  #
페넌트레이스가 중반을 넘어간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달아오른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치열해진다. 비단 감정이 섞인 것 만이 아니다. 몸 쪽 승부가 많아진다. 더 깊게, 더 깊게. 그래야 투수가 유리해진다.
안쪽 승부는 어쩔 수 없다. “난 어머니가 타석에 있어도 몸쪽에 던질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전설적 투수 밥 깁슨의 말이다. 그러나 신중함이 필요하다. 정확한 구사가 필수적이다. 아니면 오해 살 일이 생긴다. 자칫하면 최고 투수도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16일 올스타전 4회초 KIA 타자들이 그라운드로 입장하며 부상 당한 소크라테스의 응원가를 부르자, 김광현이 사죄의 의미를 담은 큰 절을 올리고 있다. 2022.07.16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