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스, 히메네스, 니퍼트, 린드블럼, 플렉센, 알칸타라, 미란다.
두산은 스카우트팀의 남다른 안목을 앞세워 외국인선수 시장의 승자로 줄곧 군림해왔다. 물론 외국인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은 제법 많지만 적어도 투수 2명은, 그 중에서 반드시 1명은 20승을 거두는 MVP급 투수를 데려왔다.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또한 매 년 압도적인 외인 에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 모른다. 위에 언급된 외인선수들은 그 동안 두산 에이스를 맡아 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선 이들이다.
그렇다면 2022시즌 에이스 로버트 스탁 또한 선배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까. 당초 2선발 자원으로 분류됐던 스탁은 지난해 MVP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며 KBO리그 첫해 에이스를 맡게 됐다. 최고 158km에 달하는 강속구와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 등 에이스가 될 자질은 충분히 갖춘 투수였다.
스탁의 올 시즌 기록은 19경기 7승 6패 평균자책점 3.01(110⅔이닝 37자책).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감안했을 때 썩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다. 평균자책점 13위, 다승, 퀄리티스타트(11회) 공동 12위, 이닝 9위, 탈삼진 10위 등 각종 지표가 중위권에 위치해 있다. 반면 볼넷은 58개로 리그 전체 1위. 상대를 압도할만한 직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제구 난조로 인해 어려운 승부를 자초한 경기가 많았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22일 잠실 SSG전에서도 7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으나 볼넷이 6개에 달했다.
그러나 사령탑은 스탁의 투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과거 니퍼트, 린드블럼 등과 같은 위압감은 없지만 지금의 퍼포먼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23일 잠실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볼넷이 많은 게 조금 그렇지만 숫자로 보면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선수의 능력치를 감안했을 때 이닝도 끌어주고, 볼넷으로 내보내도 본인이 막는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과거 두산의 외인 에이스들과 비교하면 안 된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과거보다 기대치를 낮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스탁에게 보완점이 없는 건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스탁 또한 강속구를 뒷받침할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비록 타자에게 맞더라도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 역시 중요하다.
김 감독은 “항상 보면 좋은 공을 갖고도 승부를 어렵게 끌고 가는 경향이 있다”라며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는 아니지만 자기 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 훨씬 투수 내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 충분히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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