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운명이다.
이제는 ‘전 롯데’ 선수가 된 DJ 피터스는 올스타 휴식기 중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지난 18일 공식 발표가 됐다.
지난해 메이저리거였던 피터스는 올해 롯데와 총액 68만 달러(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8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서의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전반기 내내 부진을 거듭했다. 기대했던 장타력은 어느 정도 선보였지만 컨택과 수비력에서 아쉬운 모습이 짙었다. 결국 전반기가 끝나도록 단점들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전반기를 마치고 후반기를 준비하려던 찰나, 피터스의 코리안드림은 산산조각 났다. 85경기 타율 2할2푼8리(316타수 72안타) 13홈런 48타점 7도루 26볼넷 77삼진 OPS. 701의 기록을 남긴 채 한국무대를 떠나게 됐다.
서튼 감독은 피터스의 시간이 지나도 단점이 개선되지 않았다면서도 “열심히 한 선수였는데 많이 안타깝다”라며 떠나는 피터스를 추억했다. 주장 전준우도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정말 잘 하려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열심히 의욕적으로 하다 보니가 실수도 나오는 것 같다. 좋게 봐달라”라고 했다. 열정과 적응력, 친화력은 모두가 인정했다. 그러나 결과와 기록으로 말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피터스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피터스는 당분간 한국을 떠나지 못한다. 한국에 함께 들어와 있던 아내가 출산을 했기 때문. 당초 8월 초가 출산 예정일이었는데 출산이 예기치 않게 빨리 이뤄졌다. 그 시기가 방출 통보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현재는 일단 2~3주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게 구단의 전언이다.
공교롭게도 피터스는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된 날이 롯데와 계약을 맺었다. 우리 부부에게 굉장히 특별한 날이 됐다”라며 “아내도 한국행에 찬성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흔쾌히 한국행에 동의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피터스는 2020년 시즌이 끝나고 백년가약을 맺었고 신혼생활을 1년 즐긴 뒤 한국 무대에서 도전을 택했다.
피터스는 직장을 잃었지만 새 생명이 탄생하며 아버지가 됐다. 운명의 장난처럼,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날 롯데와 인연을 맺었고 새 생명이 태어나면서 롯데와의 인연도 마무리 됐다.
피터스를 대체할 새 외국인 선수 잭 렉스는 입국해서 비자발급도 마무리 짓고 이제 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새 생명이 탄생한 피터스 가족이 안정을 취할 때까지 최대한 배려를 할 예정이다. 안정을 취하는 2~3주 동안 기존의 구단 숙소도 피터스를 위해 제공할 예정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