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축하드립니다.”
22일 대전 한화전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이강철(56) KT 감독은 덕아웃을 지나가는 선수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계속 받았다. 전날(21일) KBO 기술위원회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사령탑으로 이강철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해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지도력을 인정받아 중책을 맡은 것이다.
현직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건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이끈 류중일 당시 삼성 감독 이후 8년 만이다. 그 사이 프리미어12,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6개의 대형 국제대회는 전임 감독제로 김인식, 선동열, 김경문 감독이 이끌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도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예로운 자리이지만 최근에는 ‘독이 든 성배’로 인식된다. 선동열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지만 선수 선발 논란으로 국정감사에 불려간 끝에 사퇴했고, 김경문 감독도 지난해 도쿄 올림픽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불명예 퇴진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와 전반적인 스포츠 인기 하락으로 야구계에는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감돈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WBC는 우리나라 야구가 사활을 걸어야 할 대회. 이런 부담스런 상황에서 소속팀과 대표팀 감독을 겸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구단별 이해 관계에 얽혀 대회 전후로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릴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21일 오후 KBO로부터 선임 소식을 들은 뒤 크게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다. KT 구단의 승낙까지 얻어 선임이 최종 확정됐다. 이 감독은 “어제(21일) 대전 숙소에 와서 샤워를 한 뒤 연락을 받았다. 현역 감독으로 후보군이 좁혀졌다고 해서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막상 됐다고 하니 감사하다. 우승을 하니 이런 영광스런 자리도 맡는다. 선수들이 잘해준 덕이다”며 고마워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이 감독도 부담보다는 영광을 먼저 앞세웠다. “말은 안 해도 (감독이라면) 누구나 국가대표팀에 대한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올림픽과 다르게 WBC는 메이저리그식으로 최고 대우를 해준다고 한다. 선수들도 많이 가고 싶어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물론 부담과 책임감도 크다. 도쿄에서 열리는 1라운드 예선부터 일본과 숙명의 한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감독은 “(야구가) 정체기로 힘들 때 대표팀을 맡은 부담감은 있다. 코치로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때 한일전을 해봤는데 부담이 확실히 다더라”고 돌아봤다. 당장 일본이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대결할 가능성도 높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감독은 “WBC는 투구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오타니 혼자 던질 수 없을 것이다”며 “우리도 좋은 투수들이 많이 나왔다. (대표팀 맡은 시기가) 운이 나쁜 건 아니다. (대표팀 감독이) 좋은 자리일지 아닐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하겠다. 대회 당시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만큼 선수들마다 각자 다른 시즌 준비 루틴부터 잘 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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