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화 생각밖에 없다.”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이강철 KT 감독에게 당장 급한 건 한화전이었다. 후반기 첫 경기인 2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당장 WBC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지금은 한화 생각밖에 없다. 이상하게 한화만 만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 한화전 5연패부터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KT는 올해 이상하리만큼 한화에 약하다. 지난 4월 8~10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첫 3연전부터 꼬였다. 첫 경기에선 승리를 거뒀지만 중심타자 박병호가 헤드샷 사구를 당했다. 이후 2경기 연속 박병호가 쉬었고, KT는 한화에 2연패하며 루징시리즈를 당했다. 5월 27~29일 수원으로 옮겨 치른 두 번째 3연전에선 한 번도 못 이겼다.
한화전 1승 후 5연패. 이 감독이 우려한 악연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이날 경기에도 이어졌다. 주전 포수 장성우가 가슴에 담 증세를 보여 선발에서 제외된 가운데 선발 유격수 장준원이 1회부터 부상으로 이탈했다.
정은원의 좌익수 뜬공 타구를 뒤쫓다 멈춤 동작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친 것이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왼쪽 신전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후반기 첫 날 선발로 기용된 장준원이 1회 시작부터 부상으로 빠졌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시작된 불길한 기운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선발 웨스 벤자민이 3회 김태연에게 선제 솔로포를 맞은 뒤 4회 노시환과 김인환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했다. 안타와 2루타로 이어진 1사 2,3루에선 포수 김준태의 포일로 추가 실점하며 스코어가 벌어졌다. 벤자민은 5이닝 8피안타(3피홈런) 2볼넷 3탈삼진 4실점 패전.
타선도 터지지 않았다. 한화 선발 예프리 라미레즈에게 6회까지 노히터로 꽁꽁 묶였다. 7회 배정대의 3루 내야 안타로 노히터 침묵은 깼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라미레즈가 내려간 8회초 강재민을 상대로 선두타자 조용호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 3타자가 범타로 물러났다.
결국 8회말 노시환에게 3타점 적시타를 맞고 경기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결국 1점도 빼내지 못한 채 0-8 완패. 한화의 6연패 탈출 제물이 된 KT는 한화전 6연패 수렁에 빠졌다. 올해 한화가 유일하게 상대 전적에서 앞선 팀이 지난해 우승팀이자 4위 KT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