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16일 열린 KBO 올스타전에서 모처럼 MVP를 배출했다. 감독 추천선수로 참가한 정은원이 연장 10회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미스터 올스타’가 된 것이다. 지난 2000년 송지만 이후 22년 만으로 구단 역대 4번째 올스타 MVP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3-3 동점으로 맞선 10회 정은원의 홈런에 앞서 무사 1,2루 승부치기 상황. 김혜성의 우전 안타 때 3루 베이스코치였던 수베로 감독이 발이 느린 2루 주자 최형우를 무리하게 홈으로 돌려 아웃되면서 정은원에게 결승타 기회가 왔다.
정은원은 MVP 수상 후 “감독님이 미래를 보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말하면 왜 돌리지 싶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다. 제자를 띄워주기 위한 큰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22일 대전 KT전을 앞두고 수베로 감독은 “정은원을 미스터 올스타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었다”며 농담을 던진 뒤 “나의 판단 착오였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이지만 수베로 감독에겐 KBO 올스타전은 처음. 지난해 올스타전은 코로나19 확산세로 취소된 바 있다. 수베로 감독은 “좋은 경험이었다. 올스타전의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선수들의 코스프레스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모든 팀의 팬들이 응원가를 같이 부르며 즐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올스타전 MVP 상금으로 1000만원을 받은 정은원은 전날(21일) 훈련을 앞두고 커피차를 동원, 선수들에게 커피와 음료를 선물로 돌렸다. 23일에는 팬들을 위한 커피차를 다시 부를 예정. 정은원은 "큰 상을 받았으니 동료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오늘(21일) 청백전으로 퓨처스 선수들도 오기 때문에 커피 사기에 딱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며 "올스타전 때 비도 오고 날씨가 안 좋은 가운데서도 응원을 많이 해주신 팬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뭐가 좋을지 부모님과도 상의해봤는데 경기가 있는 날 커피를 대접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은원은 홈런을 허용한 포수 김민식(SSG)에게도 선물을 잊지 않았다. 오승환이 컨디션 난조로 등판하지 않으면서 포수 김민식이 10회 마운드에 올랐고, 정은원에게 결승 홈런을 맞았다. 정은원은 "김민식 선배님께도 부담 느끼지 않을 선에서 선물(상품권)을 보내드렸다"고 덧붙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