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들 중에서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저 혼자에요”
LG 트윈스 문성주(25)는 ‘10라운더’로서 기적같은 성공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겨울 ‘1년만 더 해보고 안 되면 은퇴하자’는 배수진의 각오를 품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 결과다. 올 시즌 전반기에 타율 3할4푼3리, 출루율 .447의 뛰어난 성적으로 LG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문성주는 프로에 오기까지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경북고를 졸업한 2016년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학교로 강릉영동대(2년제)에 입학했다. 2018년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문성주는 “고교 때 못했다”며 “방망이를 엄청 잘 치는 것도 아니고, 다리가 엄청 빠른 것도 아니고, 수비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고만고만했다. 그래도 프로에 들어가면 어떻게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고맙게도 LG가 10라운드에 뽑아줘 너무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8년 데뷔 첫 해 1군에서 3타석 기회를 받았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고,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하며 9월 확대엔트리 때 1군 콜업 기회를 받았다. 31경기에서 타율 2할2푼8리 1홈런 10타점 OPS .581을 기록했다.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포함돼 3경기 타율 2할7푼3리(11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겨울 문성주는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작년에 안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끝내고, 올해도 그 정도 성적이 나올 줄 알고 생각이 많았다. 그 정도 선수라고 생각했다. (류지현 감독님께서) 올해 나를 안 써 주실 줄 알았다”며 “겨울에 친구들이랑 얘기도 많이 하고, 올해도 그런 성적이면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독립야구단에서 뛰는 친구들이 아직도 야구에 끈을 못 놓고 후회가 남는다고 하더라. 만약 내가 그만두고 후회가 남을까봐,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후회 안 남게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겨울에 엄청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비시즌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타격 연습도 많이 했다. 문성주의 노력은 팀 선배 김현수도 인정했다. 김현수는 “후배들 중에서 문성주 말고는 다 게으르다”고 쓴소리를 했다.
문성주는 시즌 중 훈련 루틴에 대해 “오전 11시반 정도 잠실구장에 나와 웨이트를 한다. 현수 형이랑 같이 웨이트를 하고나서 방망이를 친다. 그리곤 쉬었다가 (경기 전) 팀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훈련량이 많은 김현수를 따라 하는 셈. 문성주는 “현수 형이 LG에서 제일 열심히 많이 하는 선수다. (나를) 잘 봐 주셔서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성주는 “전반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성적이 너무 잘 나와서 기분 좋다”며 “팀 성적도 좋고, 출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출루율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4월 9일 NC전에 첫 출장했다. 문성주는 “2군에서 성적이 별로 안 좋았는데 콜업이 됐다. 후회없이 하고 내려가자고 생각했고, 파슨스 상대로 초구 파울을 치면서 긴장감이 없어지며 괜찮았다”고 돌아봤다.
이후 4할에 가까운 고타율을 유지하다가 5월 중순 무릎 부상을 당했고 6월초 복귀했다. 문성주는 “6월이 고비였다. 복귀하고서 스윙이 커지고 밸런스가 무너졌다. 코치님과 형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이호준, 모창민 타격코치와 얘기를 많이 하면서 밸런스를 다시 잡았다”고 말했다.
후반기를 앞두고 문성주는 “전반기랑 똑같이 하면 좋은데, (수치가) 떨어질 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평탄하게 꾸준하게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꾸준히 출장하면 8월에는 규정 타석에 진입할 수 있다. 현재 타율은 타격 1위 이대호(.341)보다 높다. 문성주는 “(타격, 출루율 순위) 생각 안 한다. 괜히 욕심내면 떨어진다. 톱클래스 선수들은 자신만의 노하우 있을 거다. 나는 한 번 무너지면 무너질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 뿐이다”고 타이틀 경쟁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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