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 못 던지면 은퇴한다" 농담에 담긴 예비 FA 진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7.22 03: 38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150km 못 던지면 은퇴한다고.”
한화 우완 장시환(35)은 마무리투수의 필수 요건인 빠른 공을 갖췄다.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147.1km로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92명 중 16위.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7위인데 그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만 35세 적잖은 나이에도 최고 151km 강속구를 뿌리며 타자들을 힘으로 윽박지르고 있다. 구위가 워낙 좋아 직구-커브 투피치로도 위력적이다. 
장시환은 “한 해 150km를 한 번도 못 던지면 은퇴한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한다. 어릴 때부터 구속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왔다. 타고난 것도 물론 있지만 어떻게 유지를 하느냐는 선수 몫이다. 구속이 떨어지지 않게 평소 몸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후배들과 경쟁에게 뒤처지지 않게 노력하다 보니 구속도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 장시환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4.26 /ksl0919@osen.co.kr

지난 2007년 현대에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할 때부터 강속구 투수로 주목받은 장시환은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150km 안팎 강속구를 뿌린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과 무릎, 갑상선암으로 4번이나 수술대에 올랐지만 구속을 잃지 않았다. 투수로서 빠른 공은 엄청난 경쟁력이다. “150km 못 던지면 은퇴한다”는 농담 속에 장시환의 진가가 담겨있다. 
한화 장시환이 역투하고 있다. 2022.03.20 / sunday@osen.co.kr
빠른 공은 타고난 재능이지만 노력 없이는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구속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최대한 그 시간을 늦추는 것은 오로지 선수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 장시환은 원정 기간에도 숙소에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한 뒤 개인 운동과 사우나로 이어지는 자신만의 루틴을 규칙적으로 지킨다. 
올해는 시즌 준비 과정에서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가 미국 유명 사설 아카데미 드라이브라인에서 배워온 플라이오케어 훈련법 효과도 봤다. 다양한 무게의 고무공을 벽에 세게 던지며 공을 강하게 때리는 감각을 키우는 훈련. 구속 향상 효과가 있다. 장시환은 “(2020년 10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 여파로) 작년에는 팔이 안 좋아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올해는 팔꿈치 상태가 완전히 좋아졌고, 이 훈련을 하면 좋아지겠다는 인식이 생겨서 계속 했다. 직구 구속뿐만 아니라 회전력이나 무브먼트도 좋아졌고, 커브도 덩달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강속구를 앞세워 장시환은 올 시즌 반등에 성공했다. 전반기 36경기(37⅔이닝) 3패13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82 탈삼진 38개로 활약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한 번에 4실점을 하는 바람에 평균자책점이 치솟았지만 36경기 중 27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정우람이 어깨 통증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장시환이 새로운 마무리로 뒷문을 든든히 지키면서 한화도 9회 걱정은 덜했다. 
경기를 마치고 한화 수베로 감독이 장시환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2.06.08 /jpnews@osen.co.kr
불펜으로 보직 변경이 신의 한 수. 2019년 롯데 시절부터 2020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선발로도 2년 연속 120이닝 이상 던졌지만 지난해 팔꿈치 수술 여파로 고전했다. 장시환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선발은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 팀이 리빌딩하는 상황에서 선발보다 구원이 내가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감독님과 코치님도 같은 생각이셔서 불펜으로 준비했다”면서 “KT 시절에도 마무리를 해봤지만 그때는 별 생각 없이 던졌다. 지금은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마무리 상황 자체를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15년 KT 시절 12세이브를 넘어 개인 최다 13세이브를 전반기에 달성했지만 장시환은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팀이 많이 못 이기다 보니 힘든 전반기였다. 이겨야 더 재미있게 하는데 자주 지다 보니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며 “많이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는데 팬 분들께 너무 죄송하다. 나부터 우리 선수들 모두 분발해서 이겨내야 한다. 후반기에는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경기를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팀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7회초 수비를 마치고 한화 장시환과 하주석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2.04.08 /jpnews@osen.co.kr
아울러 올 시즌을 끝으로 첫 FA 자격도 얻는 장시환은 “자격을 채웠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만큼 야구를 오래 했고, 1군에서 경기를 계속 했다는 것이다. FA를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나름 야구 선수로서 성공한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며 웃어 보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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