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이지만 가을야구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고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롯데는 외국인 타자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가 뽑은 새 외국인 타자 잭 렉스는 ‘티-렉스(티라노사우르스)’급 포식자가 되어야 한다.
롯데는 지난 18일, 올해 68만 달러(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8만 달러)에 영입했던 DJ 피터스를 퇴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20일, 새 외국인 타자 잭 렉스(29)와 총액 31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에 시즌 중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피터스는 올해 85경기 타율 2할2푼8리(316타수 72안타) 13홈런 48타점 OPS .701의 성적을 기록한 뒤 퇴출됐다. ‘맞히면 넘어간다’라는 강점을 갖고 있었지만 공을 맞히는 확률 자체가 현저히 떨어졌다. 정타 비율이 떨어지면 상대에 큰 위압감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수비에서도 기대했던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줬다고 보기 힘들었다. 장점이 부각되기는 커녕 단점만 도드라졌다. 구단은 조용히 대체 선수를 준비했고 렉스를 새 외국인 선수로 선택했다.
188cm, 86kg으로 우투좌타 외야수인 렉스는 2017년 LA 다저스의 지명을 받아서 지난 202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 성적은 22경기 타율 2할5리(44타수 9안타) OPS .432를 기록했다. 홈런은 없었다.
하지만 트리플A 3시즌 성적은 훌륭했다. 트리플A 통산 타율 2할9푼(773타수 224안타) 44홈런 159타점 출루율 .388 장타율 .537 OPS .925의 수준급 생산력을 기록했다. 올해도 타율 3할3푼1리 6홈런 21타점 출루율 .421, 장타율 .579, OPS 1.000의 뛰어난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구단 역시 “매 시즌 높은 OPS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렉스도 피터스처럼 일방 장타력을 갖추고 있고 삼진 비율도 높다. 렉스는 올해 트리플A에서 삼진 비율 25.7%를 기록했다. 올해 피터스의 KBO리그 삼진 비율은 21.8%. 그러나 피터스의 마지막 트리플A 시즌인 2021년, 삼진 비율이 28.4%였던 것을 감안하면 렉스도 KBO리그에서 삼진 비율이 충분히 떨어질 수 있는 예상을 해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피터스와 가장 큰 차이점은 출루 능력이다. 트리플A 3시즌 기준으로 통산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 ‘타출갭’은 9푼8리에 달한다. 1할에 가까웠다. 볼넷/삼진 비율은 0.43로 장타력을 갖춘 선수 치고는 나쁜 비중은 아니다. 피터스는 트리플A에서 볼넷/삼진 비율 0.39로 렉스에 미치지 못했고 올해 한국에서는 0.34로 되려 미국 시절 기록보다 더 나빠졌다.
피터스처럼 장타력을 갖추고 정확도와 생산력은 더 뛰어나다. 외야 전지역으로 타구를 때려낼 수 있는 스프레이히터의 기질도 갖추고 있다. ‘팬그래프’에 의하면 올해 렉스의 잡아당긴 우측 타구 비율은 37.2%, 중앙 27.9%, 좌측 37.5%의 타구 분포도를 보여줬다.
이러한 생산력이 현재 롯데 타자들의 시너지를 어떻게 이뤄낼지가 관건. 사실 피터스의 ‘모 아니면 도’식 타격 스타일로 타선의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했다. 팀 내 결승타 1위(7개)였지만 득점권 타율은 2할1푼5리에 불과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권 타석(110타석)에 들어섰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렉스가 어느 타선에 포진하든지, 연결고리 역할은 물론 이대호, 전준우, 안치홍, 한동희, 정훈 등의 타선에 화력을 배가시켜줘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중심타선에서 포식자 역할을 하면서 타점을 쓸어담고 생산력을 과시한다면 롯데의 타선은 부족한 하나의 퍼즐을 채우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수비에서의 우려는 지울 수 없다. 주 포지션은 좌익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좌익수에 전준우가 있는 한 렉스는 우익수로 나서야 한다. 중견수는 마이너레벨을 통틀어서도 1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외야 수비력에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만큼 넓어진 사직구장에서 코너 자리를 얼마나 실수 없이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렉스를 향한 기대는 크다. 전반기를 5위 KIA와 4경기 차이로 마무리 했다. 삼성, 두산 등 중위권 팀들이 미끄러지면서 ‘어부지리’로 잡은 기회일지라도 롯데는 그 기회를 살려야 한다. 가을야구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구단은 결단을 내렸다. 렉스는 과연 타선의 확실한 ‘포식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