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드라이브가 될 것인가. 롯데 자이언츠가 3년 만에 외국인 선수 중도교체를 단행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롯데는 지난 18일,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의 웨이버 공시를 KBO에 요청했다. 방출 절차를 밟으며 피터스와 중도 결별을 택했다.
올해 롯데와 총액 68만 달러(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8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합류한 KBO리그 무대에 합류한 피터스는 85경기 타율 2할2푼8리(316타수 72안타) 13홈런 48타점 OPS .701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컨택 능력과 선구안, 그리고 150km 패스트볼에 대한 약점을 알고 데려온 선수다. 하지만 약점을 상쇄할만한 파워와 중견수 수비능력으로 힘을 보태주기를 바랐다. 하위리그로 향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패스트볼에 대한 적응력과 약점도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되려 약점은 도드라졌고 장점이 실종되는 결과들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타났다. 13홈런이라는 수치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홈런 숫자였지만 컨택 능력과 바깥쪽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 능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패스트볼 대처 능력은 점점 좋아졌지만 변화구 승부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타선에서 확실한 화룡점정을 찍어주지 못했다. 안치홍, 이대호, 전준우, 한동희, 정훈 등의 국내 선수들이 만들어주는 기회를 제대로 받아먹지 못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7개의 결승타를 때려냈지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권 타석(110타석)에 들어섰지만 득점권 타율은 2할1푼5리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증거다.
아울러 넓은 수비 범위로 외야 수비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타구 판단 능력은 다소 늦었고 큰 키와 가속력 등 운동능력으로 수비력을 커버했다. 결국 2% 아쉬운 수비력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들이 연거푸 만들어졌다.
시즌 초반의 경우 피터스가 부진하더라도 어느정도 안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더 많았다. 외야진 뎁스 자체가 확 줄어든 상황에서 피터스만한 외야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기회를 꾸준히 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서서히 살아나는 시기도 있었다.
워크에씩, 선수들과의 관계, 덕아웃에서의 활력, 승부욕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야구만 잘하면 됐다. 그러나 결국 부진을 탈출하지 못했다. 결국 걱정이 커지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부에서는 서서히 피터스를 대신할 외국인 선수를 찾기 시작했다. 그 사이 황성빈, 고승민 등 젊은 외야자원들 가운데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자원들도 생겼고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던 김재유도 조만간 복귀할 전망이기에 국내 외야진도 숨통이 어느정도 트였다.
그나마 현재 외국인 투수에 비해서는 외국인 타자 선택지 자체는 넓은 편이었기에 피터스를 대신할 선수는 비교적 쉽게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진행이 됐다. 이미 준비를 마쳤기에 방출 절차를 밟은 뒤 메디컬 테스트, 바이아웃 지불 등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 새 외국인 타자는 파워보다는 컨택형. 중견수보다는 코너 외야수가 주 포지션인 선수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 교체는 결국 성적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현재 6위에 머물고 있지만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 KIA와 승차는 4경기다. 후반기 첫 시리즈도 KIA와의 3연전으로 예정되어 있다. 새 외국인 선수가 합류할 수는 없지만 후반기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새 외국인 선수의 활약과 함께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구단의 의지다.
아울러 지난 2019년 9월 부임한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외국인 선수 첫 중도교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2020년 댄 스트레일리, 딕슨 마차도는 성공이었지만 아드리안 샘슨은 시즌 초반 적응에 실패하면서 부진을 거듭했지만 안고 갔다. 지난해 역시 앤더슨 프랑코가 한계를 보여줬지만 역시 시즌 끝까지 완주했다. 하지만 올해는 피터스와 더 이상 함께하지 않는 것으로 결단을 내렸다.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의 첫 외국인 교체이기에 어떤 선수가 새로 유니폼을 입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외국인 선수 교체 과정이 공교롭게도 지난 13일,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방문한 뒤 이뤄졌다. 구단은 “회장님이 방문하신 뒤 외국인 선수 교체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