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LG 감독은 지난 16일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나눔 올스타 감독을 맡아서 승리 감독이 됐다. 그러나 연장 10회 등판한 나눔 올스타 마무리 고우석(LG)을 향한 일부 팬들의 야유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스타전은 나눔 올스타가 1-3으로 뒤진 8회 황대인(KIA)의 동점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9회까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전 승부치기에 들어갔다.
나눔 올스타의 선공. 그런데 연장 10회초 드림 올스타 마운드에 올라온 선수는 투수가 아닌 포수 김민식(SSG)이었다.
드림 올스타는 9회까지 투수 10명 중 9명이 등판했고, 마지막 선수로 오승환(삼성)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승환이 등판하지 않았는데, 몸 상태가 안 좋은 오승환은 경기 전에 이미 올스타전에 등판하지 않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드림 올스타는 9회까지 기용 가능한 투수 9명을 모두 투입했고, 연장 10회 어쩔 수 없이 야수를 올려야 했다. 김민식이 투수로 나섰다. ‘투수’ 김민식은 2아웃을 잡은 후 2사 2,3루에서 정은원(한화)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연장 10회말. 드림 올스타의 마지막 공격. 마운드에 고우석이 올라왔다. 그러자 드림 올스타를 응원하는 1루측 관중석에서 야유 소리가 나왔다. 올스타전에서 야유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고 이례적이었다.
드림 올스타 뷰캐넌(삼성)은 덕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나와서 ‘왜 고우석이 올라오냐’는 투로 애교섞인 항의를 하기도 했다. 드림 올스타가 야수를 투수로 기용한 것 처럼, 나움 올스타도 고우석이 아닌 야수를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
이 정도는 애교로 볼 수 있었지만,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 도중에도 고우석을 향한 야유가 끊이질 않았다. 류 감독은 이로 인해 속이 상했던 것 같다.
18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류지현 감독은 올스타전 이야기가 잠깐 나오자, “아니, 그게…”라며 팬들의 야유에 대해 다소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10회초에) 오승환이 못 나오는 줄 몰랐다. 알았더라면…. 경기 전에 다른 팀 감독들과 상의해 10명의 투수들 등판 계획을 정했고, 연장전까지 대비했다”며 “고우석이 이미 몸을 다 풀고 등판 준비를 마쳤는데, 못 던지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드림 올스타가 야수를 기용한 것처럼 똑같이 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9회부터 고우석은 몸을 풀었고, 연장 10회초 나눔 올스타가 6-3으로 리드를 잡자 예정대로 등판했다.
만약 연장 11회까지 경기가 이어졌더라면? 류 감독은 “야수를 기용할 생각을 했고 준비도 했다. 지명타자인 최형우가 수비로 들어가고, (감독들과 상의해) 이정후, 황대인, 터크먼 3명 중에서 한 명을 투수로 던지게 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홍원기 감독이 ‘이정후가 어깨가 안 좋아 힘들 거 같다’고 했고, 황대인이 가장 1순위였다. 홈런을 때린 황대인의 투구를 볼 수 있을 뻔 했다.
한편 연장 10회 마운드에 올라간 고우석은 팬들의 야유 소리를 처음에는 자신의 등장곡 '사이렌'으로 착각했다. LG 관계자는 "고우석이 팬들이 육성으로 사이렌 소리를 내는 줄 알았다더라. 그런데 계속 듣다보니 '아, 이게 아니구나' 라고 알았다더라"고 뒷얘기를 전했다.
고우석은 승부치기로 진행된 무사 1,2루에서 허경민-이대호-황재균을 삼자범퇴로 막고 경기를 끝냈다. 직구만 7개 던졌고, 최고 구속 158km를 찍었다. 최저 구속은 155km. 특히 이대호 상대로 156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고, 이대호는 삼진을 당한 후 고우석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감탄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