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내려올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선수라면 누구나 은퇴할 시점을 두고 고민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아쉬움이 남을 때 떠나는 용기는 훈훈한 감동을 자아낸다.
선동렬 전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은 선수 생활의 절정에서 명예로운 은퇴를 택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1999년 주니치 드래건스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끈 뒤 선동렬 전 감독은 은퇴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당시 주니치에서 계약 기간 2년에 연봉 4억 엔의 재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주니치는 우승의 주역인 선동렬 전 감독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주니치 뿐만 아니라 보스턴 레드삭스도 주니치와 비슷한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 꽃놀이 패를 쥐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선동렬 전 감독의 선택은 은퇴였다. 좋은 모습으로 떠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지켰다.
당시 그는 “재계약하고 놀아도 큰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은퇴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돈보다 명예와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빅보이’ 이대호(롯데)는 올 시즌이 끝난 뒤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다. 마지막 시즌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83경기에서 타율 3할4푼1리(317타수 108안타) 11홈런 46타점 32득점 OPS 0.871로 리그를 폭격 중이다.
이대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만큼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롯데 팬들은 "거인이 자존심 은퇴 번복 쫌" "대한민국 3대 마요. 참치마요, 치킨마요, 이대호 선수 은퇴하지 마요" 등 재치 넘치는 문구로 이대호와 오랫동안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
지난 16일 KBO 올스타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만난 선동렬 전 감독은 이대호의 통 큰 결정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은퇴를 아쉬워했다.
그는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인데 떠나는 게) 아쉽긴 하다. 어제도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1위를 차지하고 타격 1위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뛰어나다. 하지만 팬들과 약속한 게 있으니까. 분명히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불혹의 나이에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이대호가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게 너무 아쉽다. 하지만 팬들의 마음 속에 ‘영원한 조선의 4번 타자’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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