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내 앞에서 KBO 레전드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종범 주니어의 꿈이 이뤄졌다.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는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을 그 어느 때보다 손꼽아 기다렸다. KBO리그 레전드로 불리는 아버지 이종범 LG 퓨처스 감독과 함께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KBO는 리그 40주년을 기념해 팬들과 전문가 선정위원의 투표로 '한국 야구 레전드 40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앞서 40인 중 최다 득표 1~4위를 발표하는 특별 사전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정후의 경우 지난 4일 발표된 ‘2022 KBO 올스타 베스트12’ 투표 결과에서 총점 48.91점(팬 1,159,911표, 선수단 199표)을 얻으며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 2019년, 2020년, 2021년에 이어 개인 통산 5번째 베스트12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정후는 이달 초 “아버지가 레전드 40인 발표를 기대하고 계신다”라고 웃으며 “내 앞에서 그날 레전드로 발표가 되면 멋있을 것 같다. 아버지가 현역 시절 좋은 선수, 또 멋진 선수였는데 많은 팬들 앞에서 레전드로 인정받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대망의 올스타전이 열리는 날 이정후의 꿈이 이뤄졌다. 아버지 이종범 감독이 전문가 투표(80%), 팬 투표(20%)를 합산한 결과 최다 득표 3위에 오르며 레전드 40인 TOP4에 이름을 올린 것.
이정후는 ‘JongBeom Jr.(종범 주니어)’라는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와 레전드 3위 아버지에게 직접 꽃다발을 건네고 포옹을 나눴다. 이종범 감독은 아들과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서 그렇게 KBO 역대 레전드 3위로 당당히 인정을 받았다.
이종범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이 자리에 있기 있는 건 선배들 덕분이다. 이 자리에 오지 못하신 선배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후배들에게 존경받고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따로 이종범 감독을 만나 이정후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이)정후가 등에 종범 주니어를 새기고 올 줄은 전혀 몰랐다”라며 “정후가 꽃다발을 주는데 뭉클하더라. 내가 태어나서 야구를 했고, 또 내 2세도 야구를 하고 같이 호흡을 할 수 있어 감사드린다”라고 아들과 함께 한 추억을 가슴에 새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