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 이후로 하주석(28·한화)이 확 바뀌었다.
하주석은 6월 12경기에서 37타수 5안타 타율 1할3푼5리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다. 시즌 타율은 2할1푼3리까지 떨어졌다. 팀 성적 부진과 함께 주장으로서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지난달 16일 대전 롯데전 8회 폭발했다. 볼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다 퇴장을 당한 뒤 격분, 과격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덕아웃에서 홧김에 집어던진 헬멧이 웨스 클레멘츠 수석코치의 뒤통수를 맞혀 논란이 커졌다.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하주석은 KBO로부터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주장으로서 중압감이 큰 하주석을 위해서라도 캡틴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생각은 달랐다. 지난해 팀을 맡을 때부터 하주석을 팀의 리더로 점찍은 그였다.
징계가 끝난 뒤 18일 만에 1군에 돌아온 하주석도 긴말하지 않았다. “잘못된 행동이었다. 반성 많이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어난 일이고, 변명하지 않겠다. 팬들께 항상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
복귀전이었던 지난 5일 대전 NC전 2회 첫 타석을 앞두고 3차례나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한 하주석은 초구에 기습 번트 안타로 출루했다. 이 타석을 시작으로 복귀 후 9경기에서 35타수 14안타 타율 4할 1홈런 4타점 OPS 1.018을 기록 중이다. 7월 리그 전체 타율 4위.
3안타 2경기 포함 멀티히트가 5경기나 된다. 17.1%였던 헛스윙 비율이 복귀 후에는 13.1%로 줄었다. 타석에서 조금 더 차분하고 날카로워졌다. 14일 롯데전에서 9회 심판의 체크 스윙 판정에 어필하다 퇴장당한 마이크 터크먼을 앞장서 말린 것도 하주석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하주석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지난해 촬영한 구단 다큐멘터리에서도 흥분해 방망이를 부수다 수베로 감독에게 주의받는 모습이 고스란히 나온 하주석이었다. 스스로 감정 조절을 못하고, 과격한 선수로 이미지가 씌워진 상태다.
수베로 감독은 “하나의 사건으로 편견이 생길 수 있다. 하주석에 대한 그런 시선도 이해한다”면서도 “하주석은 분명 작년보다 성장했다. 덕아웃에서 어린 선수들을 격려하며 힘들어하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의 문을 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1군에 오기 전 퓨처스, 잔류군 선수들과도 소통하면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주석은 “서산에 있는 동안 후배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열심히 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수베로 감독은 “이번 일로 하주석이 느끼는 교훈이 있을 것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우리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