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성팬의 소원이 현실로 이뤄졌다. 그러나 한화는 또 졌다.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전반기 마지막 맞대결. 이날 3루 측의 한화 팬 다수가 부산 사직구장을 찾기도 했다. 특히 중앙 테이블석에 위치한 한 열성팬은 스케치북에 ‘생일선물로 하주석 홈런’이라는 문구를 적어서 하주석을 응원했다. 큰 글귀 밑에는 작게 ‘멀티히트라도…’라고 적으며 하주석의 활약과 한화의 5연패 탈출을 응원했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하주석은 경기에 집중하느라 당연히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하주석은 자신만의 방법대로 한화 팬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치고 달렸다. 2회 첫 타석 삼진을 당했지만 4회 2사 1,2루 상황에서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2사 만루 기회로 연결을 시켰고 이후 박상언의 중견수 키를 넘기는 3타점 3루타 때 열심히 달려서 홈을 밟았다.
그리고 6회. 한화는 5회말 롯데에 대거 6점을 헌납하며 3-6으로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하주석이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하주석은 롯데 선발 글렌 스파크맨의 141km 커터를 걷어 올려 추격의 투런 아치를 그렸다. 생일을 맞이한 열성팬의 소원을 들어줬다. 중계방송 카메라는 생일선물로 하주석의 홈런을 염원했던 열성팬을 계속 비춰졌다.
한화 구단도 덩달아 바빠졌다. 팀은 5연패에 빠져 있었지만 부산 원정까지 응원을 한 팬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한화 구단은 발빠르게 덕아웃에 가서 하주석에게 생일을 맞이한 팬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사인공을 받았다. 그리고 이 열성팬의 좌석 위치를 찾아서 전달했다. 한화 구단은 “정말 좋아하셨다”라고 귀띔했다. 이후 거짓말같이 7회초 마이크 터크먼이 역전 투런포까지 쏘아 올려서 7-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화가 행복해지려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 스쳐 지나갔다. 1점 리드를 잡은 7회말 올라온 강재민은 흔들렸고 한동희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뒤이어 올라온 김재영도 롯데 DJ 피터스에게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허용해 7-10으로 역전을 당했다. 결국 한화는 더 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열성팬의 응원, 그리고 하주석의 소원수리까지 더해졌다. 5연패 탈출의 스토리라인은 완벽했다. 하지만 결말은 다시 한 번 새드엔딩이었다. 한화는 전반기를 6연패를 마무리 했다. 시즌 성적도 25승59패1무, 승률 .298이 됐다. 3할 승률까지 무너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전반기를 마무리 하면서 “아쉽게 내준 경기들이 많아서 힘들었다. 디테일의 실수로 경기를 내줬다. 그래도 작년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부분은 작년에 보지 못했던 끝까지 싸우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여서 좋다. 젊은 선수들도 많이 성장했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리고 “그렇기에 타협하게 않고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를 만들어내는데 사명감을 갖고 후반기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승패가 나뉠 수밖에 없는 경기, 이날 사직에 온 열성팬도 결국에는 하주석의 홈런에 한화의 연패탈출까지 바랐을 터. 팬들은 승리를 원하고 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리빌딩에 패배로 위안을 받기에는 승리를 기다리다 지친 팬들이 너무 많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