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순간에 물러나려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가 ‘매직 아워(일몰 후 인상적인 촬영을 할 수 있는 시간대)’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황혼의 마지막 시즌, 타율 1위로 은퇴투어를 시작한다.
이대호는 지난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이대호는 전반기를 타율 3할4푼1리(317타수 108안타)로 마감했다.
이날 수위타자 경쟁을 펼치던 호세 피렐라가 수원 KT전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면서 타율이 3할4푼1리에서 3할4푼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대호가 전날과 같이 3할4푼1리로 현상 유지를 하면서 전반기 타율 1위를 수성했다.
만 40세에 은퇴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여전히 날고 긴다는 외국인 타자와 젊은 타격 귀재들과 ‘타격 일기토’를 치러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올해 혹독한 체중 감량으로 시즌을 준비했고 시즌 초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더니 전반기가 종료될 때까지 이 페이스를 유지했다. 7월 초부터는 무릎을 굽히지 않고 서 있는 자세에서 빠르게 레그킥을 하는 변화를 하면서 여름철 체력 저하와 타이밍 포착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변화까지 모색하며 타율 1위를 수성했다.
만약 은퇴 시즌에 이대호가 타격왕을 차지하게 된다면 개인 통산 4번째 타격왕이자 KBO리그 역대 최고령, 첫 40대 타격왕이 된다. 이대호가 올해 얼마나 대단한 역사의 길을 밟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전히 절정의 기량에 이대호의 은퇴를 만류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크고 야구 원로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대호는 은퇴 번복과 관련된 여러차례의 질문에 “이미 뱉은 말이다. 은퇴하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는데 번복은 아니다”라고 완강하게 말했다. 은퇴에 대한 결심은 확고하다.
이승엽 이후 KBO 차원에서 진행하는 두 번째 은퇴투어 대상자가 된 이대호. 이제 이대호의 황혼을 화려하게 마무리 하려는 은퇴투어가 오는 16일 열리는 올스타전부터 시작된다. 타격 1위라는 타이틀을 함께.
이대호는 드림 올스타 지명타자 부문에서 팬투표(125만5261표), 선수단 투표(171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은퇴 시즌에 개인 통산 10번째 올스타에 선정돼 팬들과 은퇴투어를 함께하게 된다.
이대호가 만들어 낸 마법 같은 시간, 하지만 저무는 것을 막지 못하는 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