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삼성 라이온즈가 '명문 구단'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자존심을 구겼다.
삼성은 지난해 정규 시즌 2위(76승 59패 9무)에 오르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후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삼성은 추락하고 말았다. 35승 50패(승률 .412) 8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삼성은 지난 14일 수원 KT전에서 0-1로 패하며 지난달 30일 대구 KT전 이후 11연패의 늪에 빠졌다. 구단 역대 최다 연패 신기록을 세웠다. 팀타율 2할6푼1리로 10개 구단 가운데 3위를 차지할 만큼 공격력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투수력이다. 팀 평균자책점 4.38로 9위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선발 평균자책점은 4.10으로 7위에 그쳤다. 삼성 투수 가운데 다승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데이비드 뷰캐넌(6승)이 유일하다. 3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알버트 수아레즈, 원태인, 홍정우(이상 4승)가 포함된다.
계투진은 와르르 무너졌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5.04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그나마 '끝판대장' 오승환이 18세이브로 이 부문 4위를 차지했고 사이드암 우규민과 좌완 이승현은 나란히 11홀드를 거두며 공동 10위에 랭크됐다. 허술한 수비도 약점 중 하나다. 78차례 실책을 범하며 한화(89개)에 이어 2위다.
무엇이 문제일까. 시작부터 꼬였다. 삼성 벤치의 계산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허삼영 감독이 점찍었던 5선발은 물론 박해민(중견수 및 1번타자)과 이학주(유격수)의 이적 공백을 메울 선수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던 선수 또한 부진의 늪에 허덕였다. 반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김현준은 당초 감독의 계획에 없던 선수다.
데이비드 뷰캐넌, 알버트 수아레즈, 호세 피렐라 등 외국인 선수 3명이 좋은 활약을 펼쳤고 멤버가 나쁘지 않은데도 전반기를 8위로 마감한 건 사령탑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계투조의 재구성을 스프링캠프의 주요 과제로 내세웠지만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필승조의 구분도 애매모호했다. 그냥 잘 던진다 싶으면 이기든 지든 전천후로 활용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비효율적인 선발 라인업 구성과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타 및 대주자 기용도 적지 않았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타자를 과도하게 신뢰하며 팬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선수를 보는 눈이 없다고 봐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야구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리더십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납득이 가는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하지만, 순하다는 삼성 팬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성적 부진에 대한 질타를 쏟아낸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 8위 추락은 물론 구단 역대 최다 연패 신기록을 세운 허삼영 감독의 경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질 여부는 윗선에서 결정할 부분이지만 경질설이 나돈다는 자체 만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