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제발 1승만’
무더위 속 수원KT위즈파크를 찾은 한 삼린이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손수 적은 메시지가 담긴 스케치북을 들고 삼성의 7월 첫 승 및 10연패 탈출을 기원했지만 타선 침묵 속 우려했던 창단 최다 11연패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12일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며 구단 최다 타이인 10연패에 빠진 삼성. 설상가상으로 13일 선발투수인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손목 부상으로 등판이 하루 연기된 상황이었다. 이에 2020년 10월 이후 선발 경험이 없는 장필준이 대체 선발로 낙점됐지만 하늘은 삼성을 도왔다. 13일 그 어느 때보다 세차게 비를 뿌리며 삼성에게 재정비 및 대체선발 등판 불발이라는 행운을 제공했다.
재정비를 마친 삼성은 14일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KT위즈파크에 입성했다. 오승환, 강민호 등 베테랑 선수들의 표정에서 연패를 끊으려는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여기에 허삼영 감독도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선발 뷰캐넌의 손목 상태가 괜찮아졌다. 오늘은 뷰캐넌 뒤에 원태인을 제외한 모든 투수가 대기한다”라고 총력전을 선언했다. 원년 구단의 사상 첫 11연패를 막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사전 인터뷰였다.
그러나 삼성은 1회부터 선취점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뷰캐넌이 조용호-배정대 테이블세터의 연속안타로 처한 무사 1, 3루서 앤서니 알포드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헌납한 것. 침체된 팀 분위기와 상대 선발이 에이스임을 감안했을 때 1회 1점은 결코 가벼운 점수는 아니었다.
타선은 12일을 쉬고 등판한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의 체인지업과 투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회 1사 후 호세 피렐라가 빗맞은 행운의 안타를 쳤지만 오재일-이원석이 연달아 삼진으로 물러났고, 이후 5회까지 4이닝 연속 삼자범퇴에 그쳤다. 1회 1사 후 오재일부터 5회 2사 후 김성윤까지 무려 14타자가 연달아 범타로 물러났다.
0-1로 뒤진 6회가 가장 아쉬웠다. 선두 이재현이 좌전안타, 김현준이 2루타, 오재일이 풀카운트 끝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든 상황. 동점이 절실한 허삼영 감독은 4번타자 이원석 타석 때 대타 김태군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김태군은 2B-2S에서 고영표의 5구째 커브를 제대로 잡아당겨 정타를 만들어냈지만 KT 올스타 3루수 황재균의 그림 같은 호수비에 막히며 득점 없이 이닝이 그대로 종료됐다.
삼성은 7회에도 1사 후 강민호가 3루수 방면으로 앞서 김태군보다 더 잘 맞은 타구를 날렸지만 이번에도 황재균의 호수비에 걸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리고 8회 선두 이재현의 안타와 오선진의 희생번트로 다시 맞이한 1사 2루서 김현준과 피렐라가 연달아 삼진으로 물러났다. 주권에 이어 마무리 김재윤을 조기에 올린 이강철 감독의 총력전에 그대로 당했다.
삼성은 결국 KT에 0-1 석패를 당하며 창단 후 최다 신기록인 11연패 수렁에 빠졌다. 삼성이 11연패를 당한 건 프로야구 40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 지난달 30일 대구 KT전부터 전날까지 11경기를 내리 지며 9위 NC에 1경기 차 쫓기는 8위(35승 50패)로 초라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에이스 뷰캐넌의 7이닝 8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에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삼성은 15일부터 약 일주일간 올스타 휴식기를 보낸 뒤 22일 고척 키움전을 시작으로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 허 감독은 14일 인터뷰에서 “휴식기 동안 선발 로테이션과 관련해 고민을 할 것이다.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구자욱도 빠른 복귀가 예상된다”라고 쇄신을 외친 터. 후반기에는 삼린이의 바람대로 아저씨들이 1승을 거둬 11연패 탈출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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