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하나를 못해서 진 빚을 타석에서 결정적 순간 되갚았다.
콜플레이는 수비의 기본 중 하나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과하게라도 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과해도 너무 과했다. 자기 자신 아니면 잡을 수 없는 타구에 오버스럽게 액션을 취하다가 결국 타구를 놓쳤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DJ 피터스가 실책성 수비 하나로 팀을 수렁에 빠뜨리더니 천금의 결승타로 결자해지에 성공했다.
롯데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10-7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4연승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이날 롯데는 선발 글렌 스파크맨이 초반 비교적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타선도 상대 선발 펠릭스 페냐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0-0으로 초반이 흘러갔다. 4회초 경기의 변곡점이 생겼다. 스파크맨은 김태연에게 우전안타, 정은원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일단 김인환을 좌익수 뜬공, 이진영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하주석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2사 만루 위기가 계속됐다. 2사 만루에서 한화 박상언이 타석에 들어왔다. 스파크맨은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3구 째 138km 슬라이더를 한가운데로 찔러넣다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일단 타구는 우중간으로 향했다. 일단 중견수 피터스가 빠르게 쫓아갔다. 타구가 우중간 방향으로 흘러나갔ㄷ지만 피터스의 가속력이라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갑자기 피터스의 스피드가 떨어졌다. 큰 손짓으로 우익수 고승민에게 오지 말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당연한 콜플레이였지만 과했다. 큰 제스처로 피터스의 스피드가 급격히 떨어졌다. 리플레이 화면으로도 속도가 죽는 게 확연하게 보일 정도였다. 이후 다시 쫓아갔지만 간발의 차이로 타구를 놓쳤다. 슬라이딩까지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는 3타점 싹쓸이 3루타로 연결이 됐고 롯데는 리드를 뺏긴 채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롯데는 이어진 5회말 전준우의 2타점 2루타, 정훈의 밀어내기 볼넷, 한동희의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6-3으로 역전했다. 이후 한화의 맹렬한 추격이 이어졌다. 6회 하주석, 7회 터크먼에게 투런포 2방을 얻어맞아 6-7로 역전을 당했다.
피터스는 타석에서도 좀처럼 흐름을 연결시키지 못했다. 2회 2사 2루 기회에서 빗맞은 1루수 땅볼을 때렸고 5회 6점의 빅이닝이 나온 타석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와서 초구에 허무한 1루수 땅볼, 그리고 타자일순해서 돌아온 타석에서 높이 뜬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빅이닝 상황에서도 피터스는 기여하지 못했다.
앞선 수비에서 실수를 만회하는 기회가 올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피터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7회말 1사 1,3루에서 한동희의 동점타로 7-7 동점이 됐고 이후 고승민의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피터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도 마운드를 교체했다. 사이드암 강재민보다 더 낮은 각도에서 던지는 김재영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올해 피터스의 언더핸드 투수 유형 상대 타율 1할4푼3리(42타수 6안타)를 고려한 표적 교체였다.
롯데 벤치는 피터스를 그대로 믿었다. 결국 피터스는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김재영의 139km 패스트볼을 밀어쳐서 2루수를 뚫고 우중간으로 향하는 타구를 보냈다. 그리고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으면서 피터스는 이날 결자해지에 완전히 성공했다.
경기 후 피터스는 "경기 초반 낙구지점을 확인하고 스타트도 잘 끊었지만 공이 눈 앞에서 사라져 잡지 못해 너무 아쉬웠고 모두에게 미안했다"라며 실책성 수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후반에 꼭 점수를 내야 했던 상황이 찾아왔고 수비를 뚫어내는 결승타를 쳐 기분이 좋다. 그런 상황이라 해서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주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전방으로 공을 강하게 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라며 결승타의 소감을 밝혔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