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역대 최초의 외국인 선수가 됐다.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는 MVP를 받고 이듬해 퇴출의 운명을 맞이한 첫 번째 불명예를 안게 됐다.
두산은 지난 13일, 결국 대체 외국인 선수 브랜든 와델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MVP를 수상했고 225탈삼진 신기록을 세웠던 아리엘 미란다는 웨이버 공시됐다. 퇴출이다.
지난해 두산과 총액 80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미란다는 대만 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라는 편견도 없지 않아 있었다. 제구력에 우려를 표시하는 평가도 더러 있었다. 실제로 시즌 초반 미란다는 들쑥날쑥한 제구와 성적으로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본궤도에 오르자 미란다는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됐다. 6월부터 7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6월 이후 시즌 종료까지 19경기 9승2패 평균자책점 2.02의 성적을 남겼다. 시즌 최종 성적은 28경기 14승5패 평균자책점 2.33(173⅔이닝 45자책점), 그리고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인 225탈삼진을 뽑아냈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에 오른 미란다는 역대 7번째 외국인 선수 MVP를 수상했다.
그리고 미란다는 2년 째 총액 19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160만 달러), 약 25억 원의 풀개런티 계약을 맺으며 MVP의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두산의 선택이 올 시즌을 좌우할 최악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미란다는 여권 문제로 캠프 시작 이후 2월 중순에 입국했고 개막을 앞두고 어깨 부상을 당했다.
단순한 어깨 통증으로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하게 바라볼 수 없었다. 공을 던져도 구속은 140km를 넘는 게 힘들었다.
4월 17일 잠실 키움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4이닝 1피안타 6볼넷 4탈삼진 1실점에 그쳤다. 직구 구속은 147km까지 찍었지만 구위는 지난해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봤다. 김태형 감독은 “1군 공이 아니다”라고 혹평을 했다. 그리고 다음 등판이던 23일 LG전 3이닝 1피안타 6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다시 조기 강판됐고 다시 2군으로 향했다.
사실상 이 때부터 미란다는 전력 외 취급을 받았다. 김 감독은 “유희관 구속이 나온다”라며 다시 한 번 기대를 접기도 했다. 2군에서 구위 회복을 노렸지만 미미했다. 결국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고 6월 25일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대재앙이었다. ⅔이닝 사사구 7개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피안타 없이 타자일순을 허용했고 한 이닝 최다 사사구 신기록 불명예까지 기록했다.
결국 미란다를 향한 인내심은 완전히 바닥났고 교체의 운명을 맞이했다. 미란다 이전에 MVP를 받은 외국인 선수는 1998년 타이론 우즈, 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15년 에릭 테임즈, 2016년 더스틴 니퍼트, 2019년 조쉬 린드블럼,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 그리고 2021년 미란다까지다.
이 중 MVP를 받고 이듬해 한국 무대를 떠난 선수는 리오스, 린드블럼, 로하스였다. 모두 한국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서 일본, 미국 등 상위리그로 진출했다. 리오스는 2008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계약했고 린드블럼은 2020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워스와 3년 912만 5000달러에 계약을 체결하며 유턴했다. 로하스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2년 550만 달러에 계약했다.
모두 KBO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가거나 상위리그로 떠났다. MVP는 성공의 보증수표였다. 하지만 미란다는 홀로 쓸쓸한 운명과 마주했다. 역대 처음으로 MVP 수상 후 이듬해 퇴출의 운명을 맞이했다. 225탈삼진이라는 신기록의 훈장과 함께.
두산 입장에서는 하나의 안전장치 없이 190만 달러, 우리 돈 약 25억 원을 풀개런티로 보장해 준 것이 독으로 작용하게 됐다. 구단이 퇴출 결정을 내리면서 미란다에게 안긴 25억 원은 회수하지 못하는 증발된 돈이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