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사직구장은 동백물결로 물들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12~14일 한화와의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를 사실상 2030 부산 엑스포 개최 응원전을 위한 유세 행사로 꾸몄다.
롯데 전사적인 엑스포 유치 지원 의지를 야구단을 통해서 표출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13일에는 2015년 이후 7년 간 사직구장을 찾지 않았던 신동빈 회장도 야구장을 방문했다. 엑스포 유치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했을 터. 야구가 주 목적이었으면 더 좋았을 법 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신동빈 회장은 2030 엑스포 유치위원회의 위촉직 위원으로 포함되어 있기에 이날 야구장을 방문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적, 경제적 셈법이 품어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아울러 신 회장은 계열사 및 지주사 임원 100여 명을 한 자리에 불러 하반기 경영 전력 및 엑스포 유치를 위한 실질적이고 전방위적인 지원을 모색할 예정이라고도 한다.
사실 부산은 야구단의 연고지이자 그룹차원의 연고지다. 창업주인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은 울산시 울주군이지만 사업을 펼치기 위한 구상을 했던 곳이 부산이었다. 그만큼 신 명예회장의 애착이 강한 도시다.
다만, 롯데 그룹을 보는 부산시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호텔롯데, 롯데마트 등의 건축 이후 시에 등록세를 미납 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렇기에 부산 시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혔고 그 이미지는 여전히 씻어내지 못했다.
지난 6월, 롯데백화점 광복점 영업정지 사건도 대표적이다. 2000년 롯데 그룹은 롯데백화점 광복점 부지에 '롯데 타운' 건설을 위한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백화점도 백화점이지만 핵심은 '롯데 타워'였다. 그러나 일단 2009년 백화점이 완공됐고 부산시는 먼저 임시사용 승인을 내줬다. 이후 13년 간 임시사용 승인을 연장해 왔다. 그리고 22년 동안 롯데 타워 건설은 없던 얘기가 되어갔다. 그러자 부산시가 결국 롯데의 타워 건설 완공 진정성 확인을 위해 임시사용기간 연장 승인을 보류한 바 있다.
하루 만에 부산시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임시사용 승인이 떨어졌지만 20여 년을 넘게 끌어온 진정성을 롯데가 부산시에 보여줘야 할 때다.
엑스포 유치 지원을 알리기 위한 도구로 부산 연고 야구단이 활용되고 있는 게 이상할 일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롯데 타워를 비롯해 그룹 차원의 사업에 윤활유를 끼얹고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여기에 야구단이 본거지로 활용해야 하는 사직구장 재건축 문제도 롯데와 부산시가 첨예하게 엮여 있는 사업이다.
물론 엑스포 유치는 부산시를 넘어서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가 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 되고 있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만약 2030 엑스포 유치가 확정된다면 예산 재분배의 과정에서 신구장 재건축과 관련된 논의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그 어느때보다 새 야구장 대한 의지도 크고 이전과 달리 진척 속도도 빠르다. 올해 2월부터 새 야구장 부지를 현재 사직구장 부지로 하는 재건축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 타당성조사, 예산편성 등의 과정을 거쳐 2024년 착공할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대략적으로 1500억 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2019년 완공된 창원 NC파크는 총 1270억 원(국비 155억 원, 도비 200억 원, 시비 815억 원, NC 분담금 100억 원)이 투입됐다. 올해부터 착공에 들어간 대전 신구장의 경우 1579억 원(국비 200억 원, 시비 949억 원, 한화 구단 4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엑스포 개최, 그리고 엑스포 유치와 연계되어 있으면서 부산시가 심혈을 기울였고 현 정부 공약이기도 한 가덕신공항 건설까지. 조 단위의 금액이 투입되면서 정부 역점사업들이 대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의 역점 사업들 사이에 사직구장 재건축도 끼어있다.
롯데 구단은 신구장 건설이 간절하다. 1985년 완공된 구장을 꾸준히 리모델링 했지만 구조적으로 역부족이다. 낡고 악취나는 구장에서 더 이상 야구를 하는 그림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룹 차원에서도 분담금을 내야 하지만 일단 부산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부 차원의 국비 지원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야구단을 엑스포 유치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정작 야구단이 필요한 신구장은 후순위로 밀려 제때 완공이 되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동안 신구장 논의가 워낙 많이 좌초됐기에 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우려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