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ML 출신인 줄 몰랐다.”
KT 외국인타자 앤서니 알포드는 지난 12일 수원 삼성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상대로 끝내기홈런을 쳤다. 이후 취재진 인터뷰에서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출신인 걸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라며 “오히려 그 부분이 도움이 됐다. 선수 히스토리와 장점을 알고 있으면 오히려 기가 죽고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멘탈적으로 조금 이득을 본 것 같다. 그냥 투수 1명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알포드와 오승환은 지난 2018년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였다. 당시 알포드는 빅리그 2년차 유망주였고, 오승환은 2016~2017년 성공적인 세인트루이스 생활을 마친 뒤 토론토 마운드의 허리를 담당했다. 알포드는 당시 블루제이스에서 13경기 타율 1할5리 1타점, 오승환은 48경기 4승 3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68을 남겼다.
13일 수원에서 만난 알포드는 “어제는 너무 타석에만 집중했고, 4년 전에 봤던 오승환 선수를 기억하는 게 힘들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는 등번호에 ‘Oh’라고 써 있는데 여기는 한글로 이름이 쓰여 있어 그 선수인지 몰랐다”라며 “경기 후 영상을 돌려볼 때 비로소 상대 투수가 오승환인 걸 알았다”라고 전날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을 돌이켜보면 난 거의 트리플A에 있었고 오승환은 빅리그에 오래 있었다. 아마 오승환도 날 못 알아봤을 것 같다. 오승환과는 빅리그 시절 2주 정도 같이 라커룸을 쓴 것밖에 없다. 서로 친한 관계도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알포드는 이날 경기 전 직접 3루 더그아웃으로 향해 오승환과의 오해를 풀었다. 알포드는 “오승환은 레전드다. 미국, 일본, 한국에서 모두 발자취를 남겼고, 여전히 레전드로 활약을 하고 있다. 충분히 존중받을 선수이기 때문에 나 역시 직접 가서 존중을 표시했다”라고 전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대선배답게 알포드의 전날 인터뷰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알포드는 “못 알아봐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오승환이 원래 사람을 못 알아보는 게 자주 있는 일이라 괜찮다고 했다. 2018년에 짧게 라커룸을 썼고,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면서 서로 이해해했다. 인사 나누고 농담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고 왔다”라고 설명했다.
알포드는 “오승환에게 죄송한 부분이 있다. 한국 와서 가장 크게 배운 부분이 여기는 나이 많은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나 역시 KBO리그에 들어오면서 많은 환영을 받았고, 그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문화를 따를 생각이 많았다. 오승환은 리그 레전드에 나보다 나이가 많아 존중을 해야 하는데 어제 그렇게 돼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라고 재차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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