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옥불에 빠졌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얘기다.
만년 꼴찌였던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볼티모어는 파죽의 9연승을 질주하면서 시즌 성적 44승44패를 마크했다.
만년 최하위 구단의 감격의 날이다. 1999년 13연승을 거둔 이후 23년 만에 최다 연승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 2017년 9월 10일, 71승71패로 5할 승률을 기록한 이후 1767일 만에 5할 승률을 달성하는 쾌거도 이룩했다.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다. 1회말 2사 후 이안 햅에게 솔로포를 맞았고 2회 1사 후 니코 회르너에게 2루타와 3루 도루를 허용해 맞이한 1사 3루 위기에서 알폰소 리바스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3회 1사 후 세드릭 멀린스의 중전 안타와 컵스 선발 아드리안 샘슨의 보크로 득점권 기회를 잡았다. 2사 2루에서 앤서니 산탄데르의 우전 적시타로 1-2로 추격했다.
4회초에는 1사 후 애들리 러치맨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루에서 라몬 유리아스의 좌월 투런포로 3-2로 역전했다. 7회초 호르헤 마테오는 좌월 솔로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선발 조던 라일스가 초반 2실점 했지만 7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사실 볼티모어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동네북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팀이었다. 지구 내의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보스턴 레드삭스 모두 언제든지 대권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이다. 그 사이 볼티모어는 그동안 잘못된 투자와 육성 실패의 과오가 반복되며 최약체로 전락했다.
최근 4시즌 중 3시즌에서 100패 이상의 굴욕을 당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단축시즌으로 치러졌기에 25승35패를 기록했지만 162경기를 치렀다면 또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올해 역시 전력이 두드러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팀 평균자책점은 3.9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5위이고 팀 OPS는 .682로 메이저리그 전체 27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9연승을 달리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를 대혼돈의 용광로로 몰아넣었다. 일단 뉴욕 양키스(71승26패 승률 .701), 탬파베이 레이스(47승40패 승률 .540), 보스턴 레드삭스(47승 41패 승률 .534), 토론토 블루제이스(46승42패 승률 .523)과 함께 지구 5개 팀이 모두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했다. 양키스가 독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뒤따르는 4개 팀의 승차는 고만고만하다. 볼티모어의 대약진으로 2위 탬파베이와 승차는 3경기, 4위 토론토와 승차는 2경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올해부터 바뀌는 포스트시즌 규정에 따라서 와일드카드는 리그 별로 3장이 주어진다. 탬파베이, 보스턴, 토론토 등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들이 모두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순위에 들어있다. 즉 지구 순위 경쟁이 와일드카드 경쟁이라는 의미. 볼티모어 하기 나름에 달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