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세월이여’ 6279일 만에 백투백 피홈런…40세 끝판왕 구위가 안 통한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7.13 06: 21

몇 년 전 같았으면 불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직구가 헛스윙 또는 파울로 귀결됐을 것이다. 그러나 불혹을 넘긴 끝판왕의 직구는 더 이상 돌직구가 아니었다. 세월의 야속함 속에 오승환이 9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오승환은 지난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9차전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0이닝 2피안타(2피홈런) 2실점 난조로 시즌 3번째 블론세이브와 함께 2패째를 당했다.
삼성은 선발 원태인이 5이닝 2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갖춘 가운데 3-2로 앞선 6회부터 김윤수-이상민-이승현-우규민-문용익 순의 불펜진이 무실점 릴레이 호투를 선보였다. 경기 전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이 최하위(5.04)에 머물러 있었고, 9연패 기간으로 한정하면 수치가 11.23으로 치솟았으나 연패를 어떻게든 끊겠다는 일념 아래 감 좋은 KT 타선을 상대로 1점의 리드를 가까스로 지켜냈다.

삼성 오승환 / OSEN DB

그리고 3-2로 앞선 마지막 9회 ‘끝판왕’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제 아웃카운트 3개면 9연패를 끊는 상황. 그러나 40세 마무리투수의 직구는 더 이상 돌직구가 아니었다. 선두 배정대를 만나 3B-1S에서 던진 142km 직구가 야속하게도 좌측 담장으로 넘어가 동점 홈런이 됐고, 곧바로 후속 앤서니 알포드에게 좌월 끝내기홈런을 헌납하며 씁쓸하게 경기를 마쳤다. 1B-2S에서 던진 141km 직구 또한 타자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9연패 탈출을 눈앞에 뒀던 삼성은 베테랑 마무리의 예상치 못한 부진 속 역전패를 당하며 팀 최다 타이인 10연패 수렁에 빠졌다. 야구 명가 삼성이 10연패를 당한 건 김응용 감독 시절이었던 2004년 5월 18일 KIA전 이후 무려 18년만의 일이다.
마무리계의 리빙 레전드 오승환의 부진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일 대구 LG전에서 9-9로 맞선 9회 유강남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맞으며 패전투수가 됐고, 9일 대구 SSG전에서는 9-5로 앞선 8회 2사 1, 2루서 등판해 1⅓이닝 3실점 난조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삼성은 10연패 기간 동안 총 6번의 역전패를 당했는데 이 기간 불펜 평균자책점이 10.84에 달한다. 마지막을 책임지는 돌부처의 구위 저하가 아쉬울 뿐이다.
아울러 오승환은 이날 신인 시절 이후 처음으로 백투백홈런을 허용했다. 지난 2005년 5월 3일 마산 롯데전에서 라이온과 이대호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맞은 뒤 무려 6279일 만에 두 타자 연속 피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 홈런 두 방이 아쉽게도 팀의 10연패라는 잔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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