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국내 최고의 탈삼진 머신은 안우진(키움)이다. 올 시즌 17경기에서 111⅓이닝을 소화하며 리그 최다 125개의 삼진을 잡았다.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NC)와 함께 이 부문 리그 공동 1위.
하지만 9이닝당 탈삼진으로는 안우진을 능가하는 투수가 있다. 롯데 우완 투수 나균안(24)이다. 나균안은 올해 26경기에서 58⅓이닝을 던지며 68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 10.5개로 안우진(10.1개)을 근소하게 앞선다.
물론 안우진은 선발, 나균안은 구원으로 보직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그래도 최소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47명 중 나균안보다 9이닝당 탈삼진이 많은 투수는 없다.
12일 사직 한화전에서 나균안의 탈삼진 능력이 빛을 발했다. 1-2로 뒤진 6회 투입된 나균안은 첫 타자 하주석을 4구 만에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최재훈과 노수광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1사 1,3루 실점 위기를 맞이했지만 나균안은 삼진으로 극복했다. 볼카운트 1B-2S에서 권광민이 4~5구 연속 낮은 포크볼을 파울로 커트했다. 그러자 147km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다음 타자 이도윤도 6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노수광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하며 2,3루로 압박을 받았지만 볼카운트 1B-2S에서 5~6구 연속 포크볼로 승부했다. 이도윤은 5구째 낮은 포크볼을 참았지만 6구째도 같은 코스로 들어오자 참지 못했다.
투수 데뷔 2년차 선수라는 점에서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7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지명될 당시 포수였던 나균안은 3년간 포수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20년 왼 팔목 유구골 골절로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하면서 투수로 포지션 전향을 준비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를 시작해 1군에 데뷔했고, 23경기 1승2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6.41로 경험을 쌓았다. 46⅓이닝 동안 27개의 삼진을 잡아 9이닝당 5.2개로 탈삼진 능력이 특별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26경기 1승4패2홀드 평균자책점 4.47로 성적이 향상되면서 9이닝당 탈삼진도 두 배로 증가했다. 최대 6가지였던 구종을 직구, 포크볼, 슬라이더 3가지로 단순화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9이닝당 볼넷도 지난해 4.7개에서 올해 3.1개로 줄이면서 제구력도 좋아졌다.
이날 한화전에서 나균안은 직구 구속이 최고 148km, 평균 144.4km까지 나왔다. 시즌 평균(141.9km)을 웃도는 속도. 시즌 초중반 등판이 너무 잦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여름이 지날수록 나균안의 볼 스피드는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10경기 12⅔이닝 18탈삼진으로 9이닝당 12.8개에 달한다. 탈삼진이 투수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가장 확실한 아웃 방법이란 점에서 나균안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