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재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 4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한 한화가 한 끗 차이로 패배를 반복하고 있다.
한화는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또 한 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장민재가 5⅓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비자책) 역투를 펼치며 6회까지 2-1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7회 투입된 윤대경이 안중열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2-2 동점. 이어 8회 강재민이 정훈에게 결승타를 맞고 또 한 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8~10일 광주 KIA 3연전과 똑같았다. 당시에도 한화는 3일 연속 선발 호투에도 불구하고 달아날 기회를 놓쳤고, 불펜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모두 7회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했다.
한화는 올 시즌 역전패가 27패로 가장 많다. 하위팀일수록 패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비율을 보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83패 중 역전패가 31패로 37.3%였는데 올해는 57패 중 27패로 47.4%.
1~2점차 접전 끝 패배도 급증했다. 지난해 1점차 16패, 2점차 12패로 1~2점차 패배가 전체 패배의 33.7%였지만 올해는 1점차 16패, 2점차 11패로 전체 패배의 47.4%에 달한다. 선발진의 안정으로 어느 정도 싸움이 되기 시작한 7월에는 10경기 전부 3점차 이내 접전 승부. 그런데 단 1승을 건지는 데 그쳤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12일 롯데전을 앞두고 “전반기에 많은 경기를 졌지만 과정을 보면 끝까지 잘 싸웠다. 다만 작은 디테일에서 놓친 부분이 많았다”며 “KIA전 3경기 모두 선취점을 내고도 역전패한 것이 아쉽다. 우리도 선취점을 내고 끝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롯데전에도 선취점과 리드 점수를 지키지 못하며 1점차 패배를 당했다. 불펜의 힘도 떨어졌지만 추가점 기회를 계속 날린 타선의 집중력도 아쉬웠다. 4회 2사 1,2루, 5회 1사 1,3루, 6회 1사 1,3루, 7회 2사 1,2루, 8회 1사 1,2루로 5이닝 연속 찬스가 이어졌지만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잔루만 무려 11개.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선수 한 명에 의해 승부가 좌지우지되진 않는다. 하지만 1년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개인 한 명이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승부처에서 결정적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타자가 딱 한 명만 있어도 한화의 성적은 달랐을 것이다. 지난겨울 FA 시장에선 그런 타자들이 어느 때보다 많았지만 한화의 계획은 무산됐고, 시즌 내내 1~2점차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기를 반복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화 전력에 FA 1명 들어왔다고 해서 탈꼴찌를 장담할 순 없다. 지난 2014년 FA 정근우와 이용규를 동시 영입하고도 꼴찌를 한 한화였다. 그러나 적어도 이렇게 많은 패배를, 그것도 아깝게 지진 않았을 것이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게임 체인저의 부재가 너무나도 뼈아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