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전반기 턴에 거의 다왔다. 80경기를 넘겼지만, 상위권 판도는 요지부동이다. 키움과 LG가 연승을 달리지만, 격차는 여전하다. 개막 이후 1위 자리는 꿈쩍도 않는다. 꾸준한 SSG는 미동조차 없다. 승률 6할 후반대(0.679)로 2.5게임차를 유지한다.
특이한 지점이 있다. 기록에 대한 부분이다. 팀이나 개인을 세분화하면 두드러진 항목은 별로 없다. 대부분 중간, 또는 중상(中上) 정도다. 그럼에도 팀 전체는 늘 맨 앞이다.
SSG 랜더스의 팀 기록을 살펴봤다. 단, 이해를 돕기 위해 ABCDF 등급제를 적용한다. 상대평가다. 10개 팀 중 1~2위권이면 A, 3~4위면 B, 5~6이면 C, 7~8이면 D, 9~10등이면 F학점으로 매긴다.
◇ 타격
▶ 타율 = C 등급
10개 팀 중 5위, 겨우 중간이다. 본래 네번째였는데, 한 단계 밀렸다. 롯데가 치고 올라왔다. 같은 0.259지만 소수점 아래까지 따져 순위가 바뀌었다. 이 부문서는 0.271의 LG가 단연 1위다. 그 뒤는 KIA(0.264)와 삼성(0.263)이다. 최하위는 한화(0.244)에 그쳤다. 돋보이는 개인도 없다. 타격 10걸 안에는 5위 박성한(0.330)이 유일하다. 또 한 명 최지훈(0.313, 12위)이 3할대를 지킨다. 최정(0.295), 한유섬(0.282)이 30위 안에 들었다.
▶ 홈런 = A 등급
그나마 좀 낫다. 68개로 아슬아슬한 2위다. 바로 뒤에는 KT와 KIA가 1개 차이로 뒤쫓는다. 1위는 의외로 잠실 팀이다. 71개의 LG다. 김현수(18개), 오지환(13개) 등이 선전한 결과다. 반면 랜더스는 4명이 짠듯이 11개씩 치고 있다. 최정과 한유섬, 크론, 추신수다.
▶ 삼진 = D 등급
홈런을 많이 친 대신 삼진도 많이 먹었다. 무려 659개나 당했다. 10개 팀 중 8번째다. 압도적인 최하위는 한화(758개)다. 100개 정도 차이다. 장타력의 LG가 의외로 적다. 502개로 10개 팀 중 최소를 기록했다. SSG의 지분은 홈런 타자들이 고르게 나눠 가졌다. 한유섬(80개), 크론(68개), 추신수(65개), 최정(60개)의 순이다.
▶ OPS = B등급
이것 역시 1위가 아니다. LG, KIA에 밀려 3위에 그친다. 트윈스가 0.751, 랜더스는 0.728이다. 개인전에서는 최정(0.880)과 한유섬(0.874)이 7~8위로 선전한다. 전체 1위는 피렐라(0.991), 그 다음은 이정후(0.977)이다.
▶ 대타 타율 = C 등급
2할을 못 넘긴다. 0.196으로 6위다. 아마도 높은 게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1~3위는 NC, 삼성, 한화 등 하위권 팀들이 차지했다. 아무래도 대타의 역할이 뒤진 상황에서 활용되기 때문인 것 같다.
▶ 득점권 타율 = A 등급
공격 부문에서 거의 유일한 1위다. 0.285로 2위팀 LG(0.751)에 비해 훨씬 앞선다. 찬스에 강하고, 결정력 높은 효율적인 타선이라는 뜻이다. 10위권에 4명이나 포진했다. 3위가 최지훈(0.379), 7위 박성한(0.347), 8위 추신수(0.340), 10위 한유섬(0.333)이다. 전체 1위는 이정후(0.397)이다.
◇ 투수
▶ ERA(평균자책점) = B 등급
가장 의외인 부문이다. 1위 팀이라서 기록이 좋을 것 같지만 아니다. 3.76으로 4위에 불과하다. 가장 탄탄한 곳은 키움(3.17)이다. 그 뒤로 KT(3.60)와 LG(3.62)가 안정적이다. 개인별로는 2점대 이하 투수가 3명이나 된다. 김광현(1.65)과 폰트(2.02), 이태양(2.93)이다. 그런데도 전체 기록이 떨어진다는 건 나머지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 A 등급
키움(1.22)에 이어 2위다. 1.25로 KT와 같은 수치지만 소수점 이하를 따져 조금 앞섰다. 이 부문서는 폰트(0.75)가 전체 1위다. 김광현은 1.05로 5위에 올랐다.
▶ 세이브, 블론세이브 = C등급
불펜으로 넘어가면 벤치의 고민이 엿보인다. 일단 세이브 숫자는 나쁘지 않다. 29개로 키움(31개)에 이어 2위다. LG보다 2개가 많다. 이건 승수와 직결된 문제다. 아무래도 기회가 많은 탓이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날린 횟수다. 블론 세이브가 13개로 두산과 공동 1위다. 한화(12개)와도 1개 차이 밖에 되지 않는다. 키움이 4개인 것과 비교된다. 김택형이 4개를 기록했다. 그리고 서진용, 장지훈, 조요한, 최민준이 나란히 2개씩이다. 세이브와 블론을 합하면 중간에서 합의봐야 한다.
▶ 홀드 = B 등급
46개로 3번째다.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곳은 LG다. 56개로 1위. 그 다음은 55개의 키움이 차지했다. 랜더스는 이들과 10개 안팎의 차이다. 개인별로는 서진용이 11개, 고효준이 7개, 장지훈이 5개씩 올렸다. 나머지는 산발적이다.
▶ 피홈런 = F 등급
여기서도 좋지 못하다. 70개를 맞아 최하위(9위) 수준이다. 아무래도 홈 구장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다팀은 역시 삼성(78개)이다. 랜더스 투수 중에는 이태양이 11개, 폰트와 오원석이 8개씩이다.
▶ 퀄리티 스타트 = A 등급
가장 뛰어난 부문이다. 랜더스가 왜 1위인 지가 드러나는 항목이기도 하다. 84경기 중 절반이 넘는 48번이나 기록됐다. 선발 투수가 든든하게 버텨줬다. 2위 KT(42회)와도 차이가 크다. 키움(41회), LG(31회)가 부러워할 숫자다. 폰트(14회), 김광현(11회)의 원투 펀치가 강력했다. 또 이태양(9회)과 오원석(8회)도 든든했다.
◇ 수비 / 주루
▶ 수비율 = A 등급
KT와 1, 2위를 나눠 가진다. 0.983으로 똑같지만 소수점 이하에서 갈린다. 역시 세대교체가 이뤄진 센터 라인의 안정감이 특별하다. 더블 플레이 성공(85회)은 10개팀 중 가장 많다. 픽오프로 주자를 낚은 것도 7번이다. KT(12회)에 이어 두번째다. 내야의 조직력이다.
▶ 도루, 주루 = A 등급
도루 성공 횟수는 1위다. 62개를 훔쳤다. 최지훈이 19개, 박성한이 10개씩 기록했다. 반면 실패도 많다. 20번이나 잡혔다. 성공률을 따지면 3번째다. 75.6%. 삼성이 81.1%로 가장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주루사는 21번으로 가장 적다. 픽오프(견제사) 역시 2번 밖에 당하지 않았다.
물론 세분하면 무수한 항목이 등장한다. 가장 일반적인 것들만 꼽아봤다. 14과목에서 A는 6개 뿐이다. 나머지는 B와 C가 3개씩, D 1개, F가 2개다. 점수로 환산해 보자. A=4점, F=0점이다. 4.0 만점에 GPA는 2.86이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88.6점이다. A로는 부족하고, B 정도로 보면 적당하다. 그런데도 줄곧 1등이다. 한번 놓치는 일도 없이 말이다.
어른들 말씀 틀린 것 없다. 암기 과목은 대강해도 엇비슷하다. 어차피 영어, 수학 잘하면 그걸로 끝이다. 변별력은 거기서 생기게 마련이다. 바로 최강의 원투 펀치다. 그게 모든 걸 설명해준다. 김광현과 폰트가 9승, 10승을 하면서 ERA 전체 1, 2위를 경쟁한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