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를 앞두고 낯선 포지션으로 전환은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그런데 포지션 변경이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될 조짐이다. 새 포지션에서 적응하면서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멀티 포지션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다.
LG 트윈스 채은성(32)은 지난 주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6경기에서 25타수 10안타, 타율 4할이었다. 10안타 중 홈런이 4개였고, 10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4할4푼7리(38타수 17안타) 14타점을 몰아쳤다. 4번타자로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LG는 최근 7연승을 달리며 7월 8승 1패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채은성은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5타수 4안타 1홈런 5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9-0 대승을 이끌었다. 1루 수비에서도 1회말 두산 톱타자 허경민의 땅볼 때 유격수 손호영의 원바운드 송구를 잘 잡아냈다. 바운드 위치가 몸 바로 앞이라 잡기 어려웠는데, 감각적으로 캐치했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채은성이 5타점으로 팀의 4번타자로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어제 9회 수비와 오늘 1회 (포구 때) 핸들링은 완전한 1루수로서 자리매김한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채은성은 지난 겨울 외야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FA 박해민의 영입으로 LG 외야는 포화 상태, 채은성은 우익수에서 1루수로 자리를 옮겨 수비 훈련을 열심히 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채은성은 “1루 수비 연습은 지난 시즌 홈경기 때 조금씩 했다”고 말했다. FA를 앞두고 부담이 크고 모험일 수도 있다는 시선에 “팀이 나한테 바라는 것은 수비 보다 공격일 것이다. 1루 수비는 크게 지장은 없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채은성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아마추어 때 포수도 해봤고, LG 입단 때는 3루수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포수로 다시 준비하다가 입스에 걸려 1루수를 준비했다. 그러다가 외야수 자리에 인원이 부족해 외야수로 출장하면서 지난해까지 주전 우익수로 뛰었다.
채은성은 “예전에 1루수로 많이 뛴 것은 아니다.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외야수와 1루수 두 개를 다 하면 경기에 뛸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1루수로) 잘한다면 나한테도 팀에게도 좋은 옵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올 시즌 1루수로 67경기 501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외야수로는 단 1경기도 뛰지 않고 있다. 점점 1루 수비에 경험이 쌓이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직은 잔실수가 있지만, 수비율 .986으로 나쁘지 않다.
채은성은 6월말부터 다시 타격감이 올라와 타율 3할1푼7리(8위) 9홈런 54타점(7위) 장타율 .492, OPS .867을 기록하고 있다. 7월에는 타율 4할5푼7리, 장타율(.914)과 OPS(1.439)는 리그에서 1위다.
1루수 중에서 타율은 가장 높다. 홈런은 박병호(27개), 오재일(13개), 김인환(10개)에 이어 공동 4위다. 타점은 박병호(69개) 황대인(56개)에 이어 3위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대어급 타자는 적은 편이다. 예비 FA였던 삼성 구자욱(5년 120억원), SSG 한유섬(5년 60억원)은 시즌에 앞서 소속팀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 2루수인 NC 박민우, 포수인 NC 양의지, KIA 박동원, LG 유강남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채은성은 장타력을 갖춘 타자로 어필하고 있다. 잠실구장이 아니라면 20~30홈런도 가능하다. 채은성은 2018년 25홈런 119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1루와 외야 모두 가능한 장타자.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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