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10일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보낸 이는 삼성 라이온즈 레전드 출신 A씨. 메시지 내용은 짧지만 강렬했다. '삼성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너무 안타깝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으로서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의 쾌거를 이루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삼성이 지난달 30일 대구 KT전 이후 9연패의 늪에 빠지며 8위로 추락한 게 너무나 속상하다는 의미였다.
마운드 붕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삼성은 9연패 기간 중 무려 95점을 내줬다. 이 가운데 10점 이상 허용한 건 6차례에 이른다.
9연패 기간 중 선발 평균자책점은 8.50. 선발 투수의 평가 잣대인 퀄리티스타트는 한 차례에 불과했다. 외국인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가 9일 대구 SSG전에서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4실점(비자책)을 기록한 바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더욱 심각하다. 무려 11.23에 이른다.
이 기간 동안 10개 구단에서 팀타율(.335) 및 최다 안타(63개) 1위를 기록할 만큼 타선은 활발하게 터졌다. 하지만 마운드가 와르르 무너졌으니 아무리 쳐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투타 엇박자에 시달리는 삼성은 지난주 LG와 SSG를 안방으로 불러들였으나 1승도 거두지 못했다. 9일 SSG와의 대결에서 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10-13으로 패했다.
물론 삼성 벤치의 미숙한 경기 운영도 문제점 중 하나다. 허삼영 감독은 지난달 26일 대전 한화전 승리 후 "원정구장까지 오셔서 파란 물결을 만들어주시는 팬들을 보면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경기, 납득시킬 수 있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삼영 감독의 현재 경기 운영을 보면 누가 봐도 실망스럽고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번트 비중이 과도하게 높고 선수 기용 및 투수 교체도 상식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적지 않다. 비슷한 패턴으로 패하고도 학습 효과는 전무하다.
삼성은 오는 12일부터 수원KT위즈파크에서 '디펜딩 챔피언' KT와 주중 3연전을 벌인다. KT는 최근 10경기 8승 2패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3승 5패로 열세를 보였다. 현재로서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연패가 길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삼성 레전드 A씨의 말처럼 삼성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너무 안타깝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