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5년 전에도 라이벌 LG에 스윕패를 당했을 때 7위 추락을 겪었다. 그 때는 통합우승 이듬해라 충격이 더욱 컸고, 5할 승률 붕괴로 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러나 곧바로 4연승을 달리며 승패 마진을 흑자로 만든 두산은 정규시즌을 선두 KIA에 2경기 뒤진 2위로 마무리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두산에게 다시 한 번 라이벌전 스윕패라는 가혹한 결과가 찾아왔다.
두산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즌 12번째 맞대결에서 0-9 완패를 당하며 2017년 5월 어린이날 시리즈(5~7일) 이후 무려 1890일 만에 라이벌에게 3연전을 모두 내줬다. LG 3연전을 앞두고 2위 키움의 10연승 저지를 비롯해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지만 간신히 편 날개가 다시 한 번 꺾이고 말았다.
투타 모두 상대가 한 수 위였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었다. 첫날은 믿었던 토종 에이스 최원준의 6⅓이닝 5실점과 함께 홈런 3방을 헌납했고, 둘째 날 라이벌전다운 명승부를 펼쳤으나 막판 불펜 싸움에서 힘이 모자랐으며, 마지막 날 단 1점도 뽑지 못한 0-9 완패로 고개를 숙였다. LG 킬러 이영하의 3이닝 4실점 조기 강판과 주전 야수들의 줄부상이 뼈아팠다. 두산 라인업은 퓨처스리그와 사실상 크게 다를 바 없었다.
2017년 어린이날 시리즈 스윕패 때도 분위기가 가라앉은 건 마찬가지였다. 당시 14승 1무 14패에서 LG를 만나 5일부터 차례로 1-3, 5-7, 4-10 패배를 당하며 14승 1무 17패 7위가 됐다. 2016년 통합우승팀의 예상치 못한 초반 부진이었다. 그러나 그 때는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이라는 걸출한 원투펀치가 등장해 3연패 뒤 4연승을 이끌었고, 두산은 7월부터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며 정규시즌 준우승을 거뒀다.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아예 다른 팀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전력이 약화된 상태다. 선발진은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의 부진 이탈과 함께 로버트 스탁, 이영하, 최원준, 곽빈이 번갈아가며 기복을 보이며, 타선은 115억 4번타자 김재환, 56억 외야수 정수빈, 예비 FA 포수 박세혁의 장기 슬럼프가 도드라진다. 화수분야구를 이끌던 안권수, 김인태는 부상으로 조기에 전반기를 마친 상황. 두산의 팀 타율은 6위(2할5푼3리), 평균자책점은 8위(4.23)로 모두 하위권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미라클의 희망이 있긴 한 것일까. 일단 두산은 전반기를 어떻게든 6위로 마쳐 휴식기 재정비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란다의 대체 외인을 계속해서 물색 중이며, 후반기가 되면 부상 선수가 모두 돌아와 타선이 완전체를 이룰 수 있다. 부진에 빠진 고액 연봉자들도 휴식기를 통해 반등 계기를 마련한다는 각오다. 또 두산은 전통적으로 8~10월 성적이 좋은 팀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힘이 나온다.
다만 가을야구에 향하려면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두산은 다시 3연패에 빠지며 시즌 34승 2무 45패 7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KIA와의 승차가 무려 6.5경기로 벌어졌고, 8위 삼성에 1경기, 9위 NC에 2.5경기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오는 12~14일 창원 NC 3연전을 앞두고 있는 터라 지금의 위치가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그리고 5년 전과 달리 연패를 끊어줄 니퍼트와 같은 에이스도 없다. 올해만큼은 미라클 두산을 향한 시선이 부정적인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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