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와 계산이었다.
무조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계산에 따라 타구의 방향을 예측하고, 빨리 스타트하는 것이었다. 수비귀재로 정평이 나 있는 KIA 타이거즈 외야수 김호령(30)이 밝힌 비결이다. 수비 준비를 하는 루틴이 이순철 SBS 해설위원의 선수시절과 똑같다.
지난 8일 하주석의 좌중간을 빠지는 2루타성 타구를 막은 슈퍼캐치로 팀을 승리로 이끈 김호령의 중견수 수비가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2015년 입단 이후 김호령의 수비는 국내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를 잡아내는 능력으로 투수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지난 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김호령은 "다른 팀 중견수들도 수비 잘한다. 나도 비슷하지 않을끼 생각한다"며 자신의 평점을 매겼다. 실제로 그의 수비는 LG 박해민, 두산 정수빈 등 결출한 중견수들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타격과 잦은 부상 때문에 주전이 되지 못한 것일 뿐이었다.
김호령은 자신만의 수비 비결도 밝혔다. "연습할 때 타자들 타이밍을 보고, 방망이 나올 때 타이밍이 늦었는지 빨랐는지도 본다. 투수들도 본다. 공이 방망이에 맞을 때 스타트를 하는 것을 많이 연습했다. 이렇게 치면 여기로, 저렇게 치면 저기로 갈 것 같다는 등 방향을 예상하고 빨리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순철 해설위원도 해태 시절 아주 잘나가는 중견수였다. 그는 경기전에 자신의 훈련을 마치더라도 상대 타자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는 루틴이 있었다. 타자들의 타이밍과 컨디션을 살피고 타구방향이 어디로 갈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는 것이다. 실전에 들어가면 유용하게 활용했다. 그런 준비가 있기에 김호령도 호수비가 나오는 것이다.
김종국 감독은 "그 정도면 호령이에게는 쉬운 타구이다. 스타트가 좋고 타구가 어디에 떨어지는 것을 알고 한다. 나도, 코치도, 팬들도 그런 수비를 원한다. 안타도 치고 선제타점도 올렸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그런 수비하나 해주고, 작전 상황에서 연결고리를 해주면 된다"고 주문했다.
이어 "3할 타율은 바라지 않는다. 호령이가 제일 잘하는 것만 해주면 된다. 이제 요령도 생겼다. 후반기에도 부상관리를 잘해서 지속적으로 해달라. 소크라테스가 부상에서 복귀하기까지 선발출전시킬 것이다"고 약속했다. 김호령이 주루, 작전, 수비 등 여러가지로 팀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김호령은 부상(옆구리 근육 파열) 복귀후 정타를 만들어내는 등 스윙이 날카로워졌다. 야수 정면으로 날아가 안타가 안되는 타구도 많다. 김호령은 "타격 매커니즘을 놓고 코치들과 많이 이야기했다. 타이밍을 잘 잡는 연습을 많이 했다. 폼을 떠나서 무조건 타이밍인 것 같다. 그걸 연습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는 시즌 끝날때까지 다치지 않고 1군에 있겠다"고 약속했다. 사령탑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