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지 맙시다…아니, 입이라도 가립시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7.10 10: 09

[OSEN=백종인 객원기자] 6회 초 원정 팀 이글스의 공격이다. 4-3의 뒤 따가운 스코어였다. 무사 만루, 승세를 굳힐 기회다. 그러나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다. 노수광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계속된 1사 만루. 2안타를 친 변우혁의 차례다. 그런데 묘하다. 불길한 예감은 어찌나 잘 맞던지. 4구째 박준표의 커브에 걸려들었다. 빗맞은 타구는 고분고분 유격수를 찾아간다. 6-4-3. 가장 기본적인 더블 플레이가 완성된다. 무사 만루서 한 점도 못 뽑고 공격권이 넘어간다. 챔피언스 필드에 환성이 뒤덮였다. (9일 광주, 한화-KIA전)
그 때였다. 변우혁의 다음 행동이 눈길을 끈다. 1루를 지나치며 감정이 폭발한다. 달리면서 격한 말을 내뱉는다. TV 중계화면으로 전달된 입 모양은 제법 선명하다. 식빵이 떠오른다.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화를 못 참고 헬멧을 내동댕이 친다. 하지만 다행이다. 이번엔 누가 맞지는 않은 것 같다.
변우혁이 6회 병살타를 친 뒤 헬멧을 던지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SPOTV 중계화면
짐작대로 식빵을 구웠다 치자.
뭐, 그럴 수 있다. 한창 피 끓는 나이 아닌가. 승부에 몰입하면 격해지기도 한다. 결정적인 기회를 날렸다. 얼마나 화가 나겠나. 게다가 누군가를 향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에게 퍼붓는 샤우팅이다. 헬멧 패대기도 마찬가지다. 근처에 위협은 거의 없었다. 혼자만의 분풀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름다운 광경은 결코 아니다. 바로 곁에서 관중들이 뻔히 지켜보고 있다. 전국에 TV로 생중계 중이다. 노골적인 말과 거친 행동은 어울리지 않는 무대다.
물론 어제(9일)의 경우는 일례일 뿐이다. KBO리그의 많은 선수들이 필터 없는 언행을 한다. 그라운드가 너무 많은 식빵을 굽고 있다. 판정에 대한 불만, 풀리지 않는 경기, 억울한 상황. 그 때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라운드는 공적인 영역이다. 플레이 하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모두 기록된다. 팬들이 공유하고, 심지어 유통된다. 어린 팬들도 보고 있으니까?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유만이 아니다. 이건 품질과 품격의 문제다.
윤산흠이 나성범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글러브에 얼굴을 감추고 있다. SPOTV 중계화면
감정의 폭발까지는 그렇다 치자.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 같은 경기에서 팀 동료 윤산흠의 모습이다. 6회 나성범에게 결승타를 허용한 직후다. 글러브를 얼굴에 쓴다. (식빵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적어도 저런 모습이어야 한다. MLB에서도 간혹 보이는 장면이다. 글러브로, 또는 헬멧으로. 입 모양이라도 가리려는 노력이다.
리그의 가치는 여러 요소로 이뤄진다. 우수한 경기력에는 환호가 쏟아진다. 그리고 품격 있는 매너에는 갈채와 감동이 함께 한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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