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리그에서 가장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인 롯데 자이언츠. 그러나 이 시프트가 투수들에게 적절하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한 번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롯데는 지난 8일 수원 KT전. 2-1로 앞서가던 7회 황재균과의 타석 때 무사 만루에서 1-2루간을 비워두고 3-유간에 2루수 안치홍까지 이동해서 내야수를 몰아넣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펼쳤다. 그러나 유격수 방면으로 갔던 타구를 2루수 안치홍이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병살타로 2아웃이 올라갈 수 있던 상황에서 2루 커버를 아무도 하지 못하면서 1아웃만 잡아냈고 2-2 동점을 허용하며 1사 2,3루 위기가 계속됐다. 결국 오윤석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뒤 심우준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맞아 3-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수비 시프트에 대해 서튼 감독에게 물었다. 서튼 감독은 “수비 데이터를 활용해서 그것에 맞게 충실히 시프트를 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병살 처리가 가능할 정도의 깊이에서 선수들이 수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타구가 유격수나 3루수 쪽으로 땅볼이 갔다면 2루수 안치홍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위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롯데의 수비 시프트는 투수들의 부담만 안겨준 꼴이 됐다. 그리고 이는 올해 전체적으로 롯데 마운드와 수비진의 조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시프트의 도움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종합적인 데이터도 고려해봐야 할 때다.
롯데 마운드는 젊고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바탕으로 인플레이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9이닝 당 탈삼진 8.54개로 리그 2위에 해당한다. 9이닝 당 볼넷은 3.52개로 리그 6위 정도의 수준이지만 많은 수치는 아니다.
그 결과 삼진, 홈런, 볼넷 등 투수들에게 책임 소재가 있는 기록들로만 산정한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스탯티즈 기준)는 3.47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그만큼 롯데 투수진은 스스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고 실점을 억제하는 상황을 충실히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
그러나 FIP와 시즌 평균자책점의 괴리는 투수들의 전반적인 능력을 수비진이 뒷받침하고 있냐는 의문을 품게 한다. 훌륭한 FIP를 기록하고 있지만 롯데의 평균자책점은 4.17로 리그 6위에 불과하다. FIP보다 높다. 평균자책점이 FIP보다 높을 경우 이는 통상적으로 수비진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는 한다.
수비진의 인플레이 타구 처리율을 의미하는 기록 DER(스포츠투아이 기준)은 롯데가 .653으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단순 실책도 71개로 최다 3위에 올라있지만 실책보다는 타구 처리 효율 자체가 나쁘기에 투수진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평균자책점이 FIP보다 높은 팀은 KT(3.53-3.44=0.07), KIA(4.22-4.15=0.07), 한화(5.04-4.49=0.55)가 있는데, 롯데가 가장 큰 편차를 기록하고 있다(4.17-3.47=0.7). 공교롭게도 외국인 감독이 지휘하며 시프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쓰는 팀인 한화와 롯데가 평균자책점보다 높은 FIP를 기록하고 있다.
데이터는 비효율을 가리킨다. 수비진의 시프트가 투수진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간주할 수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데이터의 맹점에 빠져 또 다른 데이터를 간과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반기가 끝나면 시프트 성공,실패 데이터를 집계해서 후반기에 반영할 예정이다. 다만, 투수진과의 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