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너졌다.
삼성이 지난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홈경기에서 10-13으로 역전패했다. 지난달 30일 대구 KT전 이후 8연패.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가 2회 실책을 빌미로 4점을 내줬지만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4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졌다. 타자들도 활발한 공격 지원에 나섰다. 1-4로 뒤진 2회 6점을 뽑아내며 전세를 뒤집었고 4회와 5회 1점씩 보탰다.
오재일(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이원석(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1득점), 호세 피렐라(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2득점) 등 주축 타자들이 방망이를 매섭게 휘둘렀다.
하지만 계투진이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개인 통산 357세이브에 빛나는 '끝판대장' 오승환은 1⅓이닝 1피안타 3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무너졌다. 삼성 계투진의 최후의 보루마저 상대 타선의 공세를 막아내는데 실패하면서 연패는 '8'로 늘어났다.
삼성 계투진은 10개 구단에서 가장 허약하다. 평균자책점 5.10으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8연패 기간 중 계투진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2.67에 이른다. 우규민은 2.45으로 잘 던졌지만 김윤수(30.00), 오승환(15.43), 좌완 이승현(21.60) 등 핵심 전력의 수치상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허삼영 감독은 계투진의 부진을 성적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어느 팀이든 추격조의 수준은 비슷하다. 결국 필승조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잡아줘야 하는데 계속 흔들리고 있다. 갑자게 새로운 선수가 나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해줘야 할 선수가 해줘야 한다. 특히 김윤수와 이승현은 팀의 주축으로 성장해야 할 선수이기 때문에 계속 부딪치며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1도 없었다. 그냥 지금 못하니까 잘해야 한다는 말 뿐이다. 특히 계속 부딪치며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는 건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고 여기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들린다.
허삼영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계투조의 재구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개막 전까지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필승조의 구분도 애매모호했다. 그냥 잘 던진다 싶으면 이기든 지든 전천후로 활용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허삼영 감독이 자주 기용한 A 투수는 잦은 등판으로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A 투수의 구위가 떨어지면 또 다른 투수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용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또 계투 요원마다 등판 시점이 정해져 있는데 그때그때 다르다 보니 선수들도 헷갈리고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후문.
단순히 계투진이 부진하다고 탓할 게 아니라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활용 방법을 숙지하고 이행하는 게 우선 아닐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