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경기 104실점. 아무리 쳐도 이길 수 없다. 삼성 역사상 단기간 이렇게 마운드가 무너진 적은 없었다.
삼성은 9일 대구 SSG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10-13 역전패를 당하며 8연패 충격에 빠졌다. 2회 6득점 빅이닝으로 역전한 뒤 4~5회 호세 피렐라와 이원석의 홈런이 터지며 2점을 추가했다. 선발 앨버트 수아레즈는 개인 최다 119구를 던지며 6회까지 잘 버텼다.
9-4, 5점차 넉넉한 리드를 안고 7회부터 불펜을 가동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안심할 수 없었다.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7회 최충연이 1실점했고, 8회 김윤수가 실책과 안타로 주자 둘을 쌓고 내려갔다. 우규민이 뜬공 2개를 잡으면서 SSG의 흐름을 끊는가 싶었지만 믿었던 마무리 오승환이 3연속 볼넷으로 흔들렸다.
두 번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데 이어 박성한에게 중월 3타점 싹쓸이 3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8회 5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곧 이어진 8회 공격에서 삼성은 김태군의 안타로 이어간 1사 3루에서 안주형의 희생플라이로 10-10 재동점을 만들었다.
타선이 어떻게든 점수를 쥐어짜냈지만 마운드가 응답하지 못했다. 연장 10회 장필준이 안타를 맞은 뒤 견제 실책과 볼넷 2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한유섬에게 우측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안타 수는 삼성이 12개로 SSG(11개)보다 1개 더 많았지만 볼넷 9개를 허용한 마운드 싸움에서 졌다.
이로써 삼성은 지난달 28일 대구 KT전부터 최근 10경기에서 무려 104실점(91자책)을 기록했다. 경기당 10.4실점. 지난 2일 창원 NC전 17실점 포함 두 자릿수 실점만 7경기나 된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 9.20. 선발(7.23), 구원(12.10) 가리지 않고 난타당했다.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이 2경기 7⅔이닝 13실점, 구원 김윤수가 5경기 3이닝 12실점(10자책)으로 집중타를 맞았다.
삼성 역사상 10경기 기준으로 이렇게 많은 실점을 한 적이 없었다. 지난 1989년 6월29일 대구 OB전부터 7월18일 대구 빙그레전까지 10경기에서 102실점을 기록한 바 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2점을 더 내줬다. 당시 삼성은 10경기에서 무승부가 한 번 있었을 뿐 나머지 경기를 모두 지면서 9연패했다. 2004년 5월5일 대구 현대전부터 5월18일 대구 KIA전까지 10연패를 당하기 전까지 삼성의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이었다.
1989년 당시 삼성은 마운드만큼 타선도 터지지 않아 10경기에서 총 44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10경기에서 58득점으로 타선은 나쁘지 않다. 10경기 팀 타율 2위(.306)로 최근 4경기에선 9-9-8-10득점을 폭발하고 있다. 타선이 이렇게 터지고 있는데도 이기지 못하고 있으니 더 답답하다.
1989년 삼성은 57승58패5무로 5할 승률에는 실패했지만 4위로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따냈다. 8연패 늪에 빠진 올해 삼성은 35승47패로 승패 마진이 -12까지 떨어졌다. 순위는 8위로 내려앉았고, 5위 KIA와의 격차도 6.5경기로 벌어졌다. 10일 SSG전 선발 백정현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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