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억울했으면...
KIA 타이거즈 김호령은 벌써 입단 8년 차이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풀타임 주전은 2016년 한 시즌이었다. 타고난 수비 능력에 비해 화끈한 타격이 뒤따르지 않았다. 잦은 부상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백업선수로 활용도는 대단히 높다. 발이 빨라 대주자로 나설 수 있고, 중견수 수비는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호령존이라는 보통명사가 등장했다. 인터넷에서는 호령존 수비를 모은 짤동영상 모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도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넣었으나 11일만에 옆구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이탈했다. 81일 동안이나 빠졌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코뼈 골절상으로 빠지자 복귀했다. 3일 SSG전에 선발출전했으나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6일 KT전은 쉬었고, 8일 한화와의 광주경기에 8번 중견수로 이름을 넣었다. 공격에서는 2회 선제 적시타를 날리는 등 멀티히트로 존재감을 보였다. 그리고 9회초 결정적인 수비로 연패를 끊어냈다.
5-3으로 앞선 가운데 2사 1,3루. 마운드에는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있었다. 하주석을 상대로 던진 145km짜리 직구가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다. 좌중간을 가를 듯한 강한 타구였다. 그러나 김호령이 전력질주해 펜스 앞에서 걷어냈다.
하주석은 2루타 하나를 삭제당한 셈이었다. 2루까지 뛰다 잡히는 것을 지켜본 하주석이 더그아웃으로 철수하는 김호령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는 장면이 사진기자에게 포착됐다. "어떻게 그걸 잡을 수 있나?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김호령은 미소로 답했다.
KIA는 이 수비로 5-3 승리를 확정짓고 8연패에서 벗어났다. 빠졌다면 무조건 동점이 되면서 흐름이 한화로 넘어갔을 것이다. 향후 KIA에게는 재반등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는 수비였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이의리는 너무 좋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전에도 숱한 빅캐치가 있었다. 그 가운데 2017년 우승과 양현종의 20승을 지켜낸 수비도 자주 거론된다. 당시 10월 2일 KT 위즈와의 수원경기에서 5-3 승리를 이끌었다. 8회말 2사2,3루에서 풀카운트 승부에서 오태곤의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전력질주해 잡아냈다.
불안한 1위였던 당시 KIA는 이날 경기를 내주었다면 바짝 쫓아온 두산에게 우승 매직넘버를 넘길 뻔 했다. 특히 양현종의 20승도 지켜냈다. 만일 안타였다면 동점, 양현종의 20번째 승리는 날아갔었다. 바로 그때와 비견될 만큼 이날의 수비는 팀을 구원하는 빛, 그 자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