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팀이 절실했고, 8위팀은 여유롭게 보였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7.09 09: 06

[OSEN=백종인 객원기자]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다. 6회 초 원정 팀 공격이다. 1-2 뒤진 채 반격이 시작됐다. 집중타가 터지며 역전 성공이다. 그러고도 포화는 멈추지 않는다. 4-2에서 계속된 1사 만루다. 홈 팀은 벌써 3번째 투수(우규민)를 올렸다. (8일 대구, 삼성-SSG 경기)
타석은 4번 한유섬 차례다. 4구째 체인지업에 날카롭게 반응한다. 괜찮은 타이밍이지만 정면 타구다. 1루쪽 수비에 걸렸다. 강렬하고, 까다로운 타구를 오재일이 멋지게 낚았다. 3-2-3 또는 3-2-1의 병살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런데 아니다. 1루수의 홈 송구가 한참 빗나간다. 포수가 잡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주자 올 세이프. 5-2가 되며 여전한 1사 만루다. 기록상 오재일의 실책이다. 곧바로 박성한의 2루타가 터진다. 2점이 추가된다. 스코어 7-2. 사실상의 승부처였다.
당시 장면을 되짚어보자. 결정적 플레이 직후의 스케치다. 오재일은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그리고 어이없는 웃음이다. 기가 막힌 캐치 이후였다. 이닝을 끝낼 기회를 놓친 허망함이리라.  쓴웃음이 한동안 얼굴에 남는다.
반면 타자의 표정은 대조적이다. 타격 직후의 얼굴이 느린 화면(SBS Sports)에 잡혔다. ‘딱’ 하는 순간 타구는 1루수에게 잡혔다. 그걸 본 한유섬은 온 힘을 쥐어짠다. 그야말로 전력 질주다. 병살은 막아보겠다는, 그래서 1점이라도 보태겠다는 처절함이 역력하다.
그 때 표정만으로는 누가 연패 팀인지, 어디가 1위 팀인 지 구분이 어렵다.
SBS Sports 중계화면
물론 플레이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무척 어려운 타구였다. 잘 잡았지만, 밸런스가 흔들렸다. 그래서 나쁜 다음 동작이 나왔다. 그의 수비 능력이야 익히 알려진 바다. 게다가 웃음도 그렇다. 연패하는 팀이라고 늘 찡그리라는 법 없다. 오히려 긴장 풀고, 편한 모습이 도움될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프로 스포츠의 본질이다. 그건 누가 주체냐의 문제다. 선수들이 모여서 경기를 벌이고, 그걸 관중들이 보러 오는 게 아니다. 그 반대다. 팬들이 마련한 자리다. 선수는 거기서  승부를 펼칠 뿐이다. 즉, 리그의 주체는 선수가 아닌 팬들이다. 교감의 대상도 마찬가지다. 자기들끼리만 납득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지켜보는 시선을 느껴야 한다. 프로의 책임감이다.
자유롭고, 긍정적인 분위기는 좋다. 어려울 때일수록 여유를 찾는 것도 방편이다. 게다가 개인의 감정 표현까지 뭐랄 수는 없다. 하지만 엄격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상황과 대목에 따라 달라야 한다. 허용 범위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계는 바로 팬들의 공감 영역이다.
8일 SSG전에서 포수 김재성이 3회 최지훈의 파울 타구를 한 차례 놓쳤으나, 두번째 시도에서는 잡아냈다. 2022.07.08 / foto0307@osen.co.kr
비단 오재일 만이 아니다. 라이온즈의 몇몇 고참 선수들 (껌 씹는) 질겅거리는 모습, 냉소적인 표정은 각종 커뮤니티의 지적 대상이다.
며칠 전이다. 한 매체가 외야수 김현준의 얘기를 다뤘다. 트윈스전 역전패의 분함을 전하는 내용이다. 늦게까지 덕아웃에 남아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헬멧으로 허벅지도 내리쳤다는 스토리다. 이 기사는 주요 포털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곳이 바로 팬들이 공감하는 영역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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