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 잃은 대졸 투수...2018년 가을, 투심에 커리어를 걸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7.09 03: 57

"그때 투심을 장착 안했으면 아마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연세대 재학 시절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였던 이인복은 2014년 롯데에 입단한 뒤 구속 저하와 마주했다. 2016~2017년,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도 구속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140km 초반대의 평범한 구속으로 프로에서 생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전역 직후 첫 시즌이었던 2018년, 이인복은 1군 등판 없이 2군에서 전전하며 15경기 4승5패 평균자책점 5.63의 기록을 남기는데 그쳤다.
커리어의 위기였다. 그러다 2018년 가을, 이인복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다가왔다.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고 이인복의 가능성을 살리기 위한 과정에 돌입했다. 밋밋한 구속과 볼끝으로 고민하던 이인복에게 투심이라는 해결책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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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복은 "구속이 떨어져서 변화를 줬다. 구속에 대한 미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직구가 (김)원중이나 (최)준용이처럼 강한 직구가 아니었고 내가 생각해도 밋밋했다. 대신 말려 들어가는 구질이었다"라면서 "그렇게 힘 없이 말려들어갈 바에는 투심으로 강하게 던지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어 "나이가 점점 들어서 나만의 색깔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래도 코치님들이 믿음을 주셨고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다"라면서 "어떻게 보면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투심에 모든 것을 걸었다. 만약 당시 투심을 장착 안했으면 지금 제가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다"라고 되돌아봤다. 
당시 잔류군 코치, 현재 1군 투수코치로서 이인복을 꾸준히 지켜봤던 임경완 코치는 "이인복의 투심이 캠프 때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시즌 때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안타까웠다"라면서 "본인 스스로 많이 고뇌하고 연구하면서 지금의 공을 던진다. 대견스럽다"라고 말했다.
2년 여의 시간을 투심 장착하는데 애썼고 지난해부터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이인복은 이제 리그 최정상급의 주무기를 가진 선발 투수로 거듭났다.
올해 17경기(15선발) 8승7패 평균자책점 3.67(88⅓이닝 36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다승 공동 6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투심볼러의 훈장과도 같은 땅볼/뜬공 비율에서 1.86으로 리그 5위에 올라 있다. 수준급 '땅꾼'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특히 6월 이후 6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62(34⅓이닝 10자책점)으로 사실상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이인복은 "4월에 안좋았는데 5월 31일(LG전), 그리고 3연승을 시작하던 6월 24일 키움전에서 뭔가 느낌이 달랐다. 투심 던지는 궤도와 높이가 '이건가' 하면서 하다 보니까 3경기 연속 6이닝 1실점을 하더라. 그래서 투심에 자신감이 생기니까 다른 것도 편하게 던진다"라고 올해의 터닝포인트를 설명했다.
이어 "전에는 투심 스플리터 비중이 높았는데 올해 슬라이더 비중이 높아졌다. 좌타자 약점이 있어서 보완을 하려다 보니까 슬라이더를 몸쪽으로 던지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우타자는 물론 좌타자한테도 잘 먹혀서 지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투심에 대한 연구도 놓치지 않았다. 과거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브랜든 나이트(현 SSG 코치)의 투심 그립을 따라해보기도 했다. 물론 지난해 그립과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만큼 노력을 했다는 의미.
대신 또 다른 '투심볼러'의 조언을 새겨 들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13승을 거두고 KBO리그에서 투심의 진면목을 과시했던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말을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김선우 선배님께서 해설하실 때 좋은 얘기를 해주셨다. '볼이 되더라도 낮게 낮게 가야 한다'라고 해주셔서 그 말씀을 생각해서 하다 보니까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립은 지난해와 같다. 하지만 더 낮게 던지려고 한다. 타자들이 느끼는 차이가 큰 것 같다. 지난해 안 좋은 시기의 영상을 돌려보니 투심의 위치가 다 비슷하더라.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 높이를 바꿨다"라면서 "타겟 자체를 많이 낮췄다. 타자들도 헷갈리낟고 하더라. 원바운드 된다는 생각을 하고 던졌다"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구종의 배합은 물론 코스의 배합까지도 생각하면서 영리한 피칭을 구사하려는 이인복이다. "왜 3번째 만날 때 맞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코스를 반대로 해서 계속 던지니까 혼돈이 생기더라. 그래서 지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어느덧 시즌 8승. 현재 롯데의 에이스다. 이미 커리어 하이 시즌이지만 생애 첫 두 자릿수 승리도 눈에 보인다. 그는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고 저도 뿌듯하다"라면서 "8승을 하고 나니까 이제 두 자릿수 욕심이 난다. 그래도 목표에 쫓기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가서 책임을 다하자는 생각만 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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