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의 경험, 데뷔 첫 시즌의 경험을 발판 삼아서 올해는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어린 선수. 그럼에도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20)은 여전히 아쉬움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김진욱은 지난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4실점(3자책점)을 기록하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시즌 4패 째.
역시 이날 김진욱은 제구력에 발목을 잡혔다. 볼넷 3개는 표면적인 기록일 뿐, 불리한 카운트로 시작하면서 볼카운트 싸움을 어렵게 갔고 피안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았다. 타자 한 명을 상대하더라도 쉽게 잡아내지 못했다.
1회에도 볼넷 2개를 내주며 1사 1,3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실점 없이 막아냈다. 2회말은 선두타자 하재훈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오태곤을 삼진, 이재원을 3루수 땅볼, 그리고 김성현까지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력을 떨쳤다.
하지만 3회말 결국 볼넷에 발목 잡했다. 2아웃으 잘 잡았다. 그러나 2사 후 최정에게 3볼 카운트로 시작해 볼넷을 내줬다. 한유섬과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1루수 내야안타를 맞았다. 2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박성한을 상대로도 3볼 1스트라이크에서 풀카운트를 만든 뒤 우전 적시타를 허용해 선제 실점했다.
이후 김진욱은 공격적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SSG 타자들의 역공에 당했다. 4회 3안타를 허용하면서 추가 실점했고 1사 1,3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후속 투수 나균안이 책임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여 김진욱의 실점은 늘어났다.
악천후 속에서 경기를 치르며 환경적인 면을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볼이 많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올 시즌 김진욱의 9이닝 당 볼넷은 6.15개. 볼이 많으니 당연히 타석 당 투구수도 4.01개로 많은 편이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역대급 투수로 각광을 받았지만 프로 입단 이후에는 좁은 스트라이크 존의 영향도 없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들쑥날쑥한 제구가 김진욱과 롯데 구단 모두를 힘들게 한다.
아직 2년차 투수. 성장할 가능성이 더 높기에 실망하기는 이르다. 이미 구위 자체는 리그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리그 최상위권의 패스트볼 수직무브먼트 수치는 타고난 선물이다. 이 구위를 바탕으로 낙차 큰 커브, 슬라이더의 조합은 충분히 위력적이다. 9이닝 당 탈삼진 비율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45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가운데 현재 리그 최고 투수를 놓고 다투는 NC 드류 루친스키(10.05개), 안우진(9.96개) 그 다음이 김진욱이다. 9이닝 당 9.93개의 탈삼진.
하지만 이 장점이 불안한 제구력에 가려진 게 김진욱의 현실이다. 볼넷을 남발하며 선발 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 결국 높은 탈삼진 비율도 실속 없는 기록에 불과하다.
아마추어 명성으로는 김진욱이 더 높았다. 동기생 이의리(KIA)보다 김진욱에 밀렸다. 하지만 현재는 이의리와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이의리는 이제 리그 최고 영건으로 꼽히고 있다.
여전히 제자리 걸음 중인 김진욱.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과연 김진욱의 시간은 언제쯤 시작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