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운데 던져도 못 쳐”…명장 너스레에 긴장 풀렸다, 결과는 감격의 첫 SV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7.08 06: 25

올 시즌 두산 뒷문의 최고 히트상품 정철원(23)이 마무리 보직까지 섭렵했다. 얼마 전 데뷔 첫 10홀드에 이어 첫 세이브까지 따내며 필승조 내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정철원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의 시즌 12차전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21구 호투로 데뷔 첫 세이브를 따냈다. 팀의 한 달만의 위닝시리즈를 이끈 값진 투구였다.
기존 마무리 홍건희가 휴식을 취한 가운데 정철원은 4-2로 앞선 9회 등판해 데뷔 첫 클로저 임무를 수행했다. 첫 타자 박준태를 11구 끝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늘린 그는 후속 이용규를 유격수 땅볼, 김준완을 3구 루킹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깔끔하게 끝냈다.

9회초 1사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에 방문해 정철원, 박세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7.07 /jpnews@osen.co.kr

경기 후 만난 정철원은 “아무래도 셋업맨으로 올라갈 때보다는 긴장이 됐다”라며 “감독님이 마운드에 올라오셔서 해주신 한마디 덕에 긴장이 풀리지 않았나 싶다. 내게 공이 좋아서 한가운데로 던져도 타자들이 못 치겠다고 이야기해주셨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홍건희가 지난 5일 39개, 6일 14개를 잇따라 던지며 애초부터 정철원에게 이날 클로저 임무를 맡길 생각이었다. 경기 전 소식을 들은 선수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긴장이 조금 됐다”라며 “(홍)건희 형이 휴식을 마치면 다시 셋업맨을 맡겠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마무리투수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다”라고 힘줘 말했다.
정철원은 안산공고를 나와 두산 2018 2차 2라운드 20순위 상위 지명을 받은 우완 파이어볼러다. 그러나 신인 시절 1군은 그에게 꿈의 무대였고, 2년차인 2019시즌을 마치고 현역으로 입대해 강원도 속초에서 포병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이후 지난해 6월 군에서 돌아와 빠르게 프로선수의 몸을 만든 뒤 올해 5월 초 정식선수 전환과 함께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정철원은 등록과 함께 곧바로 필승조 임무를 맡게 됐다. 그리고 현재 27경기 2승 2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18의 호투 속 두산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정철원은 처음 콜업 때부터 잘 던졌다. 마운드에서 타자에게 맞는다는 두려움이 없고, 본인 공을 믿고 던진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9회초 두산 정철원이 역투하고 있다. 2022.07.07 /jpnews@osen.co.kr
어느덧 1군에서 두 달을 보낸 정철원. 무엇을 느꼈고, 어떤 부분이 발전됐을까. 그는 “(이)영하 형 덕분에 변화구가 좋아졌다. 처음 올라왔을 때 슬라이더보다 영하 형에게 배운 슬라이더의 구속이 더 좋아졌다”라며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우게 됐다. 권명철, 배영수 코치님에게 상황 별 경기 운영을 배웠다. 아마 남은 시즌도 큰 문제없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맞은 날도 있지만 (박)세혁 선배와 코치님이 ‘변화구를 잘 던지는 건 아는데 너무 안 맞으려고 요리조리 던지지 마라. 중요한 상황에서는 직구를 노리는 타자를 직구로 이길 수 있는 투수가 돼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조언에 따라 직구를 더 자신 있게 던지다보니 좋은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라고 뿌듯해했다.
정철원의 데뷔 시즌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그리고 공동 6위에 그쳐 있는 팀이 다시 5강권으로 올라갈 수 있게끔 더 많은 경기,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각오다.
정철원은 “두산이 가을야구에 갈 때까지 아프지 않고 팀과 함께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하며 “두산은 충분히 가을야구에 갈 수 있다. 아직 후반기가 남아 있고, 나 또한 더 잘 던질 수 있고,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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