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욕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화 우완 투수 남지민(21)은 지난 6일 대전 NC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100구 이상 소화했다. 5회까지 97개의 공을 던졌고, 투구수 관리가 칼같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이닝 종료 후 덕아웃에서 남지민에게 교체를 알렸다.
그런데 남지민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는 “110구까지 던질 수 있다”며 투구 의지를 드러냈다. 수베로 감독이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수술하고 돌아온 첫 시즌이니 쉬었으면 좋겠다. 이만하면 잘했다”며 다시 교체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남지민은 지지 않았다. “한 타자만 더 상대하게 해달라”며 애원했다.
결국 수베로 감독이 졌다. 6회 시작과 함께 남지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NC 선두타자 도태훈을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총 투구수 104개. 5⅓이닝 7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 역투를 펼친 남지민은 대전 홈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남지민이 ‘한 타자 더’를 외친 이유가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남지민이 도태훈에게 올 시즌 너무 약했다면서 ‘이 타자까지만 상대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듯 말했다.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바꿀 순 없었다”면서 “남지민이 끈질긴 승부 끝에 도태훈을 삼진 잡는 모습이 경기의 하이라이트이자 큰 수확이었다. 그런 승부욕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남지민은 도태훈과 맞대결에서 4타수 3안타 1홈런으로 무척 약했다. 지난 4월29일 창원 경기에서 첫 대결부터 도태훈에게 홈런을 맞으며 2안타를 허용했다. NC 벤치에서도 이런 상대성을 알고 도태훈을 이날 선발 1루수로 투입했지만 결과는 남지민의 설욕승. 2회 중견수 뜬공, 4회 좌익수 뜬공에 이어 6회 헛스윙 삼진까지 잡아내며 3타수 무안타로 막았다.
부산정보고 출신으로 청소년대표를 지낸 남지민은 지난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유망주. 입단 첫 해 팔꿈치 측부 인대 재건 및 뼛조각 수술을 받고 1년간 재활을 거쳐 지난해 후반기 1군에 데뷔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투구수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과정을 밟았다. 최고 153km 강속구를 뿌릴 만큼 팔 상태는 완벽히 회복됐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이탈로 잡은 선발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13경기(11선발)에서 50이닝을 던지며 1승7패 평균자책점 6.30으로 표면적인 성적은 좋지 않지만 내용을 보면 성장세가 뚜렷하다. 수베로 감독은 “아주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승패나 평균자책점 등 기록 면에선 나아져야 하지만 계속 발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우리 선발진의 큰 축이 될 것이다”며 남지민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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