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한여름 밤에 9점차를 뒤집는 드라마를 썼다. 6회 8실점에 구장을 떠난 홈 관중들은 역대급 경기를 놓쳤다.
한화는 7일 대전 NC전에서 12-11로 대역전승했다. 6회초에만 대거 8실점하며 1-10으로 뒤졌지만 6회말 3득점을 추격한 뒤 7회 5득점, 8회 3득점으로 대역전했다. 9점차 뒤집기쇼. 지난 2013년 5월8일 SK(현 SSG)가 문학 두산전에서 10점차를 뒤집은 게 최다 득점차 역전승으로 이날 한화의 9점차는 역대 공동 2위로 3번째 기록이다. 지난 2009년 9월12일 대전 히어로즈전(현 키움) 이후 한화 역사상 두 번째 9점차 대역전승이었다.
5회까지 1점차로 팽팽했던 승부는 6회초 한화가 순식간에 8실점하며 NC 쪽으로 확 기울었다. 한화 구원 이민우가 이닝 시작부터 5연속 안타를 맞았고, 이어 나온 주현상도 투아웃을 잡은 뒤 4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사사구 없이 안타 9개, 희생플라이 1개로 대거 8실점. 수비에서도 어설픈 플레이들이 속출하면서 자멸하다시피했다.
무더운 날에도 구장을 찾은 한화의 보살 팬들도 실망했다. 6연패 중이던 팀을 응원했지만 6회 8실점에 할 말을 잃었다. 관중석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불쾌지수 급상승. 6회 8실점 과정에서 밤 9시가 넘어서자 관중들이 하나둘씩 짐을 챙겨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보살 팬들도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참사. 7연패가 짙어졌지만 대첩의 서막은 그때부터였다.
곧 이어진 6회말 공격. 4번타자 김인환이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안타 4개와 볼넷 1개, 희생플라이 1개를 묶어 3점을 따라붙었다. 주장 하주석은 8점차 열세 상황에서도 권광민의 희생플라이에 3루에서 홈으로 전력 질주하며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몸을 날리며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7회에도 선두 정은원의 안타에 이어 김인환이 7구 승부 끝에 안타를 터뜨리며 NC 구원 하준영을 강판시켰다. 주자를 계속 모은 뒤 하주석과 권광민, 마이크 터크먼, 유로결의 적시타가 연이어 터졌다. 7회에만 안타 6개와 볼넷 1개로 5득점하면서 9-10, 턱밑 추격에 성공했다.
8회초 구원 김종수가 1점을 내주면서 2점차로 벌어졌지만 약속의 8회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은원의 볼넷에 이어 김인환이 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11-11 동점을 만들었다. NC 필승맨 김시훈의 2구째 높게 들어온 포크볼을 통타, 중앙 백스크린을 넘겼다. 비거리 135m, 시즌 9호 홈런이었다.
완전히 분위기를 탄 한화는 하주석의 안타, 김태연의 볼넷에 이어 8회 수비에서 최재훈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백업 포수 박상언이 바뀐 투수 원종현에게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12-11로 기어이 뒤집었다. 8회 2사 1,2루 위기에서 나와 9회까지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강재민이 시즌 첫 승을 따내며 6연패 탈출과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경기 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한국에 와서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경기였다. 6연패를 하고 있던 팀이 경기 흐름을 내줬다고 생각한 상황에서 하나로 뭉쳐 정말 대단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김인환과 하주석을 필두로 타자들이 끈질긴 승부로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 강재민이 아웃카운트 4개를 깔끔하게 막아준 점도 고무적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줬다”며 기뻐했다. 일부 관중들이 6회 8실점에 실망하며 구장을 떠났지만 9회 마지막까지 관중석을 지킨 한화 팬들이 진짜 승자였다. 경기 중간중간 비까지 흩날린 이날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3111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전날(6일) NC전에서 3-4로 뒤진 9회 2사 만루 찬스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던 4번타자 김인환에게도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동점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김인환은 “홈런을 친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다. 팀이 연패 중인 상황에서 크게 뒤지던 경기를 원점으로 만든 홈런이라 기분이 특별했다. 이번 경기는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최근 잘 안 맞아서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타격코치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다 잊고 집중할 수 있었다. 전반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늘 같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며 팀 승리에 일조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