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처럼 하라".
KIA 타이거즈는 8연패에 빠져있다. 가장 큰 이유는 타선의 집단슬럼프이다. 특히 찬스가 되면 해결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8연패 기간 중 팀 득점권 타율은 1할5푼1리에 불과하다. 계속 연패를 끊지 못하는 이유이다. 타자 가운데 가장 잘 맞고 있다는 나성범도 득점권에서 약했다.
처음 겪는 연패에 시름이 깊은 김종국 감독도 득점력 부진에 고민이 크다. "안될 때는 중심타선에서 한 방이 터져야 하는데 잘 안된다. 해결할 선수들이 못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없는 것도 크고, 형우도 부담이 많은 것 같다. 다들 타격감은 있는데 찬스에서 경직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감독의 입에서 박찬호의 이름이 나왔다. "찬호는 항상 적극적이다. 스윙도 그렇다. 다른 선수들도 타석에서 단순하게 들어가라. 볼이 보이면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생각 많으면 타이밍 늦다. 찬호처럼 공격적이고 단순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때마침 박찬호가 6일 경기에서 홈런 포함 3안타와 1볼넷을 기록한 직후였다.
순간 박찬호의 2020시즌과 2021 시즌 타격이 오버랩이 됐다. 박찬호는 탄탄한 수비력에 비해 타격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 못쳐도 너무 못쳤다. 갸날픈 몸으로 방망이를 쥐고 제대로 스윙도 어려울 정도였다. 타구가 앞으로 뻗어나가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2020시즌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 가운데 꼴찌였다. 타율이 2할2푼3리였다.
뿐만 아니라 출루율 2할7푼6리, 장타율 2할7푼5리였다. OPS .551. 역시 꼴찌였다. 절친 심우준(KT)은 타율 2할2푼5리, OPS .591이었다. 박찬호보다 딱 한 계단 높았다. 그래도 장타율은 박찬호도 못한 3할을 기록했다. 박찬호에게는 타율 꼴찌라는 불명예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2021시즌은 조금 좋아졌다. 2할4푼6리였다. 그 아래로 7명이나 있었다. 터커(.237), 최형우(.233), 장성우(.231) 등 낯익은 인물들이 굴욕적인 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키움 박병호(.221)가 타격 꼴찌였다. 박병호는 올해 KT로 이적하더니 홈런&타점 1위를 달리며 체면을 세웠다. 그리고 박찬호는 올해 풀타임 4년 차를 맞아 또 다른 진화를 하고 있다.
타율 2할7푼3리, 2홈런, 29타점, 32득점, 16도루를 기록 중이다. 시즌 중반인데도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10경기 타율도 3할1푼으로 상승세에 있다. 수비력도 훨씬 차분해지고 안정감이 더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동료들에게 타격 교본까지 되고 있다. 이거야 말로 타율 꼴찌의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