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감독 경질 후 완전히 달라졌다. 감독 경질 한 달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를 11-0 완승으로 장식했다. 이날로 시즌 절반 81경기를 소화한 필라델피아는 43승38패(승률 .531)를 마크,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로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에 들었다.
한 달 전만 해도 필라델피아는 가을야구와 거리가 멀었다. 지난달 3일까지 22승29패(승률 .431)로 승패 마진 ‘-7’이었다. 결국 조 지라디 감독을 경질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2009년 뉴욕 양키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지라디 감독은 필라델피아 부임 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계약 마지막 해에 중도 하차했다.
시즌 개막 두 달 만이라 너무 이른 감독 교체라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데이브 돔브로스키 필라델피아 사장은 “우리가 가진 전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시즌이고,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클럽하우스의 새로운 목소리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며 롭 톰슨 벤치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지난 2018년부터 필라델피아 벤치코치로 팀 사정에 밝은 톰슨 대행은 “팀을 이끌 준비가 됐다.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돔브로스키 사장의 결단과 톰슨 대행의 자신감이 통했다. 감독 교체 전 1승 포함 9연승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6일 워싱턴전까지 최근 30경기에서 21승9패로 승률 7할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27승29패(승률 .482)를 기록하던 조 매든 감독을 경질한 LA 에인절스가 필 네빈 감독대행 체제에서 10승16패(승률 .385)로 성적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 기간 172득점 116실점, 득실점 마진이 +56으로 경기력이 확 달라졌다.
그 중심에 FA로 합류한 거포 카일 슈와버가 있다. 감독 교체 전까지 49경기 타율 1할9푼2리 34안타 12홈런 25타점 OPS .744에 그쳤던 슈와버는 톰슨 대행 체제에서 30경기 타율 2할6푼1리 30안타 13홈런 28타점 OPS 1.023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6일 워싱턴전에도 연타석 홈런을 폭발했다. 주포 브라이스 하퍼가 사구로 인한 손가락 골절로 이탈했지만 슈와버가 든든히 중심을 잡고 있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슈와버는 “우리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즌 출발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4~5월보다 더 좋은 팀이다.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얼굴들이 많은데 이제 하나의 그룹으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최근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거둘 정도로 투수력도 좋아졌다. 지라디 감독 체제에서 18위(4.07)였던 팀 평균자책점이 톰슨 대행 체제에서 8위(3.43)로 상승했다. 이 기간 애런 놀라가 5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1.70, 잭 휠러가 6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1.96으로 원투펀치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LA 다저스,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에 이어 팀 연봉 총액 4위의 호화 로스터가 이제야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금 기세라면 지난 2011년 이후 11년 만에 필라델피아에서 가을야구 개최도 기대할 만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