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정훈 코치님 주문에 따라 휘두른 것밖에 없습니다.”
두산 허경민은 지난 6일 잠실 키움전에서 때려낸 역전 만루홈런의 공을 이정훈 타격코치에게 돌렸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이 코치에게 받은 원포인트 레슨이 그대로 적중했기 때문이다.
0-2로 뒤진 7회 1사 만루서 등장한 허경민은 키움 필승조 김태훈의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몸쪽 투심(145km)을 받아쳐 비거리 110m짜리 좌월 역전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두산을 5연패 늪에서 탈출시킨 귀중한 한방이었다.
경기 후 만난 허경민은 “상대가 원체 좋은 구위를 갖고 있고, 투심이 좋은 투수라 이정훈 코치님이 타격 포인트를 조금 위쪽을 보고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난 그에 따라 휘두른 것밖에 없다”라며 “좋은 전략을 갖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이정훈 코치님께 감사드린다”라고 결승 홈런의 공을 스승에게 돌렸다.
두산이 2군에 있던 이정훈 코치를 1군으로 불러들인 건 지난 5일. 1군 타격코치를 이도형 코치에서 이정훈 코치로 전격 교체한 김태형 감독은 “파이팅으로 가려고 한다. 이도형 코치는 조용한 스타일인 반면 이정훈 코치는 파이팅이 넘친다”라며 “경험과 연륜이 많은 코치가 필요해 변화를 준 것이다. 아직 경기수가 많이 남아 있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한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1987년 빙그레에서 데뷔해 1997년 OB에서 은퇴한 이정훈 코치는 현역 시절 몸을 사리지 않는 독한 플레이를 펼치며 ‘악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결과 1987년 신인왕, 1991년과 1992년 두 시즌 연속 타격왕을 거머쥐었다.
두산은 지난해 8월에도 7위까지 떨어진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이정훈 코치를 콜업했다. 이 코치는 곧바로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1군 선수들에게 주입했고, 두산은 전반기와 비교해 특유의 끈기 및 집념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 타격 반등은 후반기 두산의 가을 미라클을 이끈 핵심 요인이었다. 이도형 코치와 이정훈 코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성향 차이가 팀 분위기를 바꾼 건 팩트였다.
두산은 상황은 작년보다 더욱 좋지 못하다. 아직 전반기가 7경기 남은 가운데 7위 삼성에 승률에서 3리 뒤진 8위(33승 2무 42패)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타격 지표도 팀 타율은 6위(2할5푼5리), 홈런은 최하위(43개)에 머물러 있는 상황.
두산은 이 코치 콜업 후 1승 1패를 거뒀다. 당연히 지금은 분위기 쇄신, 이정훈 효과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 그러나 5일 양석환이 모처럼 멀티홈런을 쏘아 올렸고, 6일 허경민이 만루홈런을 터트린 뒤 이정훈 코치의 레슨에 감사를 표했다. 올해도 과연 이 코치의 등장이 미라클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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